아이들이 뭔가를 일찍 배운다고 해서 그것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1.
뇌는 10대를 거쳐 20대 성인이 되면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더 전문화된다.
뇌의 성장은 물론 크기의 성장이기도 하지만, 뇌 자체의 내부에서 서로 연결되면서 성숙한다. 가지 뻗기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가 사춘기이다. 또한 어느 정도 성장한 뒤에는 불필요한 연결을 끊는 가지치기를 한다.
2.
얼마나 일찍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절할 때 하느냐가 관건이다.
핀란드에서는 7세가 될 때까지 읽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핀란드에서는 기하학(Geometry)을 먼저 배우고 대수(Algebra)를 배운다.
아이들이 뭔가를 일찍 배운다고 해서 그것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3.
2차대전에 관한 책을 읽은 아이와 잘 만든 다큐멘터리를 본 아이 중 과연 누가 2차대전에 대해 잘 알 수 있을까?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 뇌는 어느 쪽으로 적응할까? 한 번 쯤 생각해볼 문제다.
4.
막연하게 '태교에는 클래식 음악이 좋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부모의 마음을 안정시킬 수는 있지만 실제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객관적 증거는 없다. 어렸을 때 하루에 4시간씩 바이올린을 켜는 것과 4시간씩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은가 역시 과학적으로는 답을 모른다.
5.
인간은 게임 없이도 엄청나게 폭력적이다. 게임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세계의 많은 충돌은 무지와 편견 때문이다. 상대방이 친구인지 적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6.
충동을 제어하고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게 해주는 기능이 10대 때를 거치며 크게 자란다. 10대는 자신들의 개성을 다른 방식으로 정의하려고 한다. 이럴 때는 부모가 일정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10대는 위험을 더 많이 감수하려 하고, 감각적인 자극을 찾고, 부모에게서 멀어져 또래에게 가까워지려고 한다.
왜 반항을 하고 말대꾸를 할까. 부모에게서 멀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동물 가운데 인간이 가장 오랫동안 부모와 함께 산다. 80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은 9살에 집을 나가 독립했다.
7.
부모가 할 일은 아이가 사춘기를 지나면서 안전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아이와 거리를 둬야 한다. 부모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은 책임은 없고 자유와 권리만 원한다. 어느 정도 그것은 진심이다. 단지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정말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8.
아이들에게 산의 높이와 강의 깊이, 전쟁이 일어난 연도 따위를 가르칠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몇 초 만에 알 수 있는 사실과 숫자들을 암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10대의 경우 페이스북 친구가 평균 800명이다. 인터넷 덕분에 800명의 친구를 관리할 수 있도록 뇌가 적응하고 있다. 10대들을 교육하고 다루는 방법도 이런 변화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2/15/20130215012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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