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Hackers & Painters 의 저자 폴 그레이엄의 글을 옮겨보았습니다. 원문은 Paul Graham - How you know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Villehardouins chronicle of the Fourth Crusade 를 2~3번 읽었지만, 기억나는대로 적어보라고 하면 채 1페이지도 채우지 못할 것이다. 설령 수백번 읽는다고 해도 책장을 볼 때마다 그리 편한 느낌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면 책을 읽는게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콘스탄트 레이드의 Hilbert 라는 책을 통해, 위의 물음에 대한 답은 되지 못하지만 다소간 위안은 받을 수 있었다. Hilbert 는 사실만 나열하고 프레임화해서 문제를 푸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 수학 강의를 견뎌내지 못했다. 그는 종종 "문제에 대한 완벽한 공식화는 이미 절반을 해결한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 부분은 나에게 항상 중요한 문제였고, 힐베르트에 의해 이렇게 확인이 되니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우선 어떻게 이렇게 믿게 되었는가? 나의 경험과 내가 읽은 다른 것들의 조합. 그 어떤 것도 그 당시에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힐베르트가 이 사실을 화인해줬다는 사실 조차 잊어버렸다. 

하지만 이 생각의 중요성에 대한 믿음은 심지어 내가 배웠다는 것을 잊어버려도 책에서 무언가를 배웠다는 것으로 남았다. 읽고 경험한 것은 여러분의 세상이라는 모델에 대한 훈련이 된다. 경험과 읽은 것을 설사 잊어버렸다고해도, 세상이라는 모델에 대한 그 효과는 지속될 것이다. 여러분의 마음이라는 것은 소스를 잃어버린 컴파일된 프로그램과 같다.것은 작동한다. 다만 그 원리를 모를 뿐이다.  

빌라르드웽 연대기로부터 배운 것을 얻는 곳은 그 책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십자군, 베니스, 중세 의학, 포위 공격전 등에 대한 나의 멘탈 모델이다. 이것은 내가 집중해서 읽지못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독서의 결실이 보이는 만큼 그렇게 볼품없다는 것도 아니다. 회상에 있어서 이건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나에게는 놀라움이었고, 짐작건대 읽은 내용을 그렇게 잊어버리는데 대해 불편함을 느낀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놀라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걸 깨닫는 것은 놀라움을 너머 특별한 영향이 있었다. 예를 들면, 독서와 경험은 보통 그것이 발생한 시점에 그 당시 여러분의 뇌가 가진 상태에 따라 "컴파일"된다. 즉, 인생의 여러 시점에서 똑같은 책이라고 해도 서로 다르게 컴파일될 수 있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 말은 중요한 책의 경우 여러번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종종 책을 다시 읽는데 대해서 불안같은게 있었다. 재작업은 처음부터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는 목공 분야의 일과 독서를 무의식적으로 결합을 시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