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by Chan Hsun-Chih 저작자 표시비영리



Q. 어떤 페이스로 쓰셨습니까? 


A. 집필의 일과라는 것이 저의 경우, 아주 엄밀하게 정해져 있어요. 아침에 쓴다. 밤에는 안 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 아침은 아무리 늦더라도 4시에는 일어나요. 더 일찍 일어나는 날도 종종 있어요. 3시라든가. 자명종을 맞혀 두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확 깨지는 거에요.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자 곧 책상을 향해 쓰기 시작해요.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4시간이나 5시간 계속 써요. 완성되는 것은 400자 원고지로 말하면 딱 10장. 그보다 많이 쓰지도 않고 적게 쓰지도 않는다. 그것도 게임의 룰 같은 거에요. 룰이라는 것은 그런대로 중요한 거에요. 

그리고는 운동을 하고, 오후엔 대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번역을 하거나 해요. 짧은 낮잠을 자기도 하고. 밤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을 듣거나 비디오를 보고 9시쯤에는 잠들지요. 나이트 라이프 따위 것은 통 없어요. 

 그런 작업을 매일 계속하고 있으면, 그 반복 리듬 속에 제가 쑥 들어가는 것이 느껴져요. 들어가서 일을 하고, 그리고 나온다.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에 대해, 기계적인 반복을 바보 취급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반복성에는 확실히 주술적인 것이 있습니다. 정글 안에서 들려 오는 드럼의 울림처럼 말이지요. 거기에 자기를 자연스럽게 동화시키는 것이 중요해요. 들어가고 싶을 때 들어갈 수 있고 나오고 싶을 때 나올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 놓는다. 단, 바른 반복을 하기 위해서는 꽤 피지컬한 기조 체력이 필요해요. 깊게 집중하면서, 게다가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거니까요. 보통 사람... 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 훈련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 아닐까요? 물론 세상에는 선천적으로 그런 자재한 능력을 지닌 사람도 있겠지만요. 


그런 식으로 하루에 10장 쓰고, 한 달에 300장, 반년에 1800장. 그걸로 완성이에요. 거기서부터 분량을 줄이면서 고쳐 썼다 결국 1600장 정도로 됐습니다.



- 2003년 8월 26일 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 중에서




해변의 카프카 (상/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김춘미역
출판 : 문학사상사 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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