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타츠루, <곤란한 성숙>
악은 일부에만 있다는 가설
사회시스템의 문제는 대체적으로 제도 전체의 노화와 부품의 피로가 원인이다. 모든 요소는 튼튼하고 훌륭하게 잘 작동하고 있는데 한 가지 '악의 요소'가 침입한 탓에 시스템 전체의 기능이 떨어지는 일은 제도 설계상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외국인 혐오자는 '악은 일부에만 있다'는 가설을 붙잡고 늘어진다.
자멸의 구조
이 나라의 상태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국소적으로 어딘가 악의 근원이 있어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럴 때 외견상 차별화할 수 있는 사람을 '외국인'으로 선택합니다. 그러나 그 선택에도 한 가지 아주 중요한 조건이 있다. 그것은 아무리 심한 말로 매도하거나 폭력적으로 차별해도 효과적으로 반격해 올 염려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사회집단이 악의 근원으로 지목하기에 적당하다.
우리는 누구를 사랑하는 것일까
가치관, 미의식, 윤리 등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타인이라도 무슨 생각을 할 수 없는 타인이라도, 그 사람이 어쩌다가 자기와 같은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면, 일단은 인사를 나누어야 한다. 질문을 하면 아는 대로 가르쳐주고, 부탁을 하면 가능한 범위에서 들어 주어야 한다.
이런 자세가 애국심의 가장 공고한 기반이 된다고 생각한다. 느슨한 연대를 통해 구축된 공동체는 필요하다면 그 바탕 위에서 더욱 강력한 구심력과 조직력을 갖춘 순도 높은 집단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상식이 첨예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비상식적인 사람은 실은 일반적 진리, 역사를 관통하는 철의 법칙성에 기초하여 행동하고 있다. 그러니까 비상식적인 사람은 완고하다.
상식은 보편적인 타당성을 내포하지 않을 때에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지금 이 자리가 아니면 타당하지 않다는 유한성을 대가로 지불함으로써 상식은 문제적인 상황을 매듭지을 수 있다.
|
'반서재 Antilibr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06. 하루키는 되고 료타료는 안 되는 이유 (0) | 2018.03.25 |
---|---|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 05. 아직 쓰이지 않은 글이 나를 이끈다 (0) | 2018.03.25 |
우치다 타츠루, <곤란한 성숙> - 교육과 나 (0) | 2018.03.21 |
우치다 타츠루, <곤란한 성숙> - 노동과 나 (0) | 2018.03.21 |
우치다 타츠루, <곤란한 성숙> - 사회와 나 (0) | 2018.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