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203 

일본은 이대로 인구 감소가 지속될 것입니다. 단언할 수 있어요. 인구 감소를 저지하려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과 성취감은 이해득실로 따질 수 없다'는 정상적인 식견이 상식으로 재등록되어야 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일본인의 과반수가 '상식을 제대로 알아보는 성숙한 심니'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안타깝게도 현실성이 없습니다. 


207

고용상황이 나쁘다는 말 자체가 이상합니다. 일본은 아직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데다 1인당 GDP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무척이나 부자 나라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고용 환경이 나쁘다고 할까요? 

그것은 불활 때 인건비를 줄여서 이익을 올린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 맛을 들였습니다. 수익을 올리는 방법을 달리 생각해내지 못한 경영자는 일단 채용 조건을 악화시켰고, 그래서 능력이 좋고 임금이 싼 노동자를 혹사시켜 이익을 내는 방편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도저도 다 '불황 탓'으로 몰아버리고 기업은 고용 환경을 호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경기회복만 이루어지면 고용 조건도 좋아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얘기라면 믿지 않습니다. 인간은 성공 체험을 고집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맛을 들인 기업이 고용하는 측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고용 환경의 변화를 바랄 리 없습니다.


203 우선 텍스트가 존재한다 - 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롤랑 바르트의 텍스트론 

텍스트란 '짜서 완성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제까지 사람들은 직물을 제조된 것, 그 배후에 무언가 숨은 의미를 감추고 있는 차단막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앞으로 우리는 직물이 생성적이라는 사고 방식을 강조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텍스트는 끝없이 서로 얽히고 설킴으로써 스스로를 생성하고 스스로를 짜서 완성해간다는 생각이다. 이 직물-이 텍스처-안으로 삼켜 들어가 주체는 해체된다. 자신의 거미줄을 만드는 분비물에 녹아버리는 거미와 같이.

- 롤랑 바르트 <텍스트의 즐거움> 중에서

내가 어떤 메시지를 쓰려고 하면 어휘나 논리력 언어 감각 등 내 자신의 능력의 한계에 의해 말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 텍스트만 읽고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독자는 텍스트 앞에 있는 순수 상태의 '말하고 싶은 것'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없으니까요. 말 옮기기 게임처럼 순수 상태와 '말하고 싶은 것'은 텍스트를 경유함으로써 반드시 오염당합니다. 독자는 '오염'을 염두에 두고 글쓴이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에 접근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이것이 비평이라는 작업을 파악하는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평범한 독자가 '텍스트의 오염'에 걸려 넘어져서 읽어내지 못하는 부분, 즉 '글쓴이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에 접근할 수 있는 독자야말로 뛰어난 비평가라고 봅니다.


213

롤랑 바르트는 '사회적 현실이 먼저 있다', 좀 더 한정적으로 말하면 '계급적 현실이 먼저 있다'는 사회관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종교적 언어관에 대해 비교적 새로운 마르크스주의적 언어관을 대치시키고 있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그렇게 볼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글을 쓸 때는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 '앞으로 이런 것을 써야지.' 하는 것에 대해 결코 명확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키워드 밖에 없지요. 키워드를 백지에 써놓으면 우언가 뒤에 따라붙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써봅니다. ...... 자신이 쓴 글인데도, 자기가 '저자'인데도, 다시 되짚어 읽어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쓰고 싶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분명 텍스트가 쓰인 뒤에 저자가 사후적으로 출현하는 것이지요. 텍스트가 저자를 만들어냅니다.


217 내가 이야기할 때 내 안에 이야기를 하는 것은 타자입니다

내 경험은 글을 쓸 때 펜을 움직이는 것은 '잘 알지 못하는 존재'라고 말해줍니다. 소크라테스는 이것을 '다이모니온'이라고 불렀습니다. 누군가 살포시 귓가에 언어를 불어줍니다. 그런 수동적인 경험입니다. 어떤 종류의 수동성 안에 놓일 때, 자신이 자신의 펜을 통제하지 못할 때 쓰인 글이 종종 뛰어난 글이 됩니다. 미리 이런 것을 써야지 생각하고 머릿속에 준비해둔 원고를 '프린트아웃'한다고 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국내도서
저자 : 우치다 다쓰루 / 김경원(KimKyoungwon)역
출판 : 원더박스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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