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은 시커먼 물처럼 언제나 거기 있다. 평소에는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 몰래 숨어있다. 그러나 어떤 때가 되면 소리가 없이 넘쳐흘러, 내 세포 하나하나를 차디차게 적시고, 너는 범람하는 그 잔혹한 물속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 너는 천장에 있는 공기구멍에 매달려서, 밤의 신선한 공기를 필사적으로 들이마신다. 그러나 거기에서 빨아들이는 공기는 바짝 메말라 있어서 네 목구멍을 뜨겁게 태운다. 물과 갈증, 차가움과 뜨거움이라는 대립적인 요소가 힘을 합쳐서 동시에 너에게 덤벼든다. 세계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는데도, 너를 받아줄 공간은 - 그건 아주 조그만 공간이면 되는데 - 어디에도 없다. 내가 목소리를 구할 때 거기 있는 것은 깊은 침묵이다. 그러나 네가 침묵을 구할 때 거기에는 끊임없는 예언의 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