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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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시스 헤셀바인 Frances Hesselbein 은 손님들에게 자신이 네 가지 직업을 가졌는데, 모두 회장이나 CEO 였고, 어느 자리도 스스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말을 즐겨한다. 그녀가 자신의 삶이 어디로 향할지 추측할 때마다, 그 추측은 언제나 크게 빗나가곤 했다.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 필 나이트 Phil Knight 는 회고록에서 자신은 <목표를 세우는 일 같은 것은 그다지 한 적이 없다>라고 썼다. 갓 창업한 신발 회사의 주된 목표는 자신이 배우고 있는 것을 다음 모험에 적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실패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는 앞서 배운 교훈을 적용하면서 계속 단기적인 목표를 추구했다.

오가스는 자기 탐사라는 굴곡진 경로 대신에 안정성을 확보해준다는 이유로 조기 문화화라는 엄격한 목표를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문화적 개념을 <표준화 서약 standardization covenant> 라고 부른다. 「우리가 조사한 성취자들은 장기 목표를 추구하지만, 탐색의 시기를 거친뒤에야 그 목표를 정립합니다. 물론 법학이나 의학분야에서 학위나 박사 학위를 받는데 잘못된 점은 전혀 없어요. 그러나 자신에게 얼마나 잘 맞는지를 알기 전에, 그 일에 몰두하는 것은 사실 더 위험해요. 그리고 그 길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해도 안돼요. 사람들은 의대를 반쯤 다닌 뒤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곤 하지요.」 찰스 다윈도 그랬다.

다윈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 이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면 예전에 안전하고 확실하다고 느꼈던 경력의 목표는 터무니 없어 보일 수 있다. 우리의 일 선호도와 삶 선호도는 늘 동일한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늘 동일한 상태로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댄 길버트 Dan Gilbert 는 그것을 <역사적 환상의 종말 end of history illusion>이라고 했다. 10대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자신의 욕구와 동기가 그 동안 많이 변해왔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지만, 앞으로는 그다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길버트의 용어를 빌리자면, 우리는 곧 완성될 것이라는 말만 계속 따라붙는 반제품이다.

미셸의 공동연구자인 유이치 쇼다 Yuichi Shoda 는 마시멜로를 그냥 먹은 많은 아이들도 별 탈 없이 잘 자랐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쇼다는 이 연구의 가장 놀라운 측면은 아이들이 마시멜로를 음식이 아니라 구름인 양 생각하는 식으로 단순한 심리적 전략을 써서 특정한 행동을 바꾸는 법을 대단히 쉽게 배울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쇼다는 이른바 이 개인-상황 논쟁 person-situation debate 의 양측이 다 옳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양쪽이 다 틀렸다고 했다. 삶의 특정 시점에 개인의 본성은 특정한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영향을 미치지만, 본성은 상황에 따라서 놀라울 만치 다르게 드러날 수도 있다. 그는 미셸과 함께 <만일-하면 특징 if-then signature> 연구를 시작했다. 데이비드는 만일 큰 모임에 있다면 내향적으로 보이는 반면, 만일 자기 팀과 일한다면 외향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데이비드는 내향적일까 외향적일까? 둘 다이며, 언제나 그렇다. 오가스와 로즈는 이를 <맥락 원리 context principle>라고 부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만큼 쉬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 일은 어렵습니다. 어느 정도는 대부분의 일자리에 관한 정확한 그림을 얻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내가 했던 일들은 대부분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에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세상에서 고정된 계획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그런데 5월마다 전국의 연설자들은 표준 졸업 연설이라고 부를만한 것을 합니다. 그런 연설의 주제는 이렇습니다. <꿈을 포기하지 마라.> 그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압니다만,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나쁜 방식입니다. 여러분은 일찌감치 세운 어떤 계획에 얽매여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목표로부터 거꾸로 해나가는 대신에, 유망해 보이는 상황에서부터 앞으로 해나가세요. 그것이 바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방식입니다. 

졸업 연설 방식에서는 20년 뒤에 자신이 어디에 있고 싶은지를 먼저 결정합니다. 그리고 나서 묻지요. 거기에 도달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할까? 그 대신에 나는 미래의 무언가에 얽매이지 말고 그저 현재 쓸 수 있는 대안들을 살펴보고 가장 유망한 선택 범위를 제공할 것을 고르라고 제안합니다.

- 폴 그레이엄 Paul Graham


허미니아 아이바라 Herminia Ibarra<계획한 뒤 실행> 모형이라고 부르는 것 - 먼저 장기 계획을 세우고서 어긋나지 않게 실행한다는 개념으로서, <해보면서 배우기> 모형의 정반대 -은 조각가 미켈란젤로와 같은 천재를 묘사할 때 으레 들먹거려진다. 하지만 예술가 윌리엄 월리스 William Wallace 는 미켈란젤로가 사실은 해보면서 배우기의 대가 였음을 보여 주었다.<미켈란젤로는 어떤 미술이론을 그대로 풀어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일단 시도했고 그런 뒤에 거기서부터 나아갔다. 그는 20대 후반에 아예 시각 예술을 내팽겨치고 시를 씀녀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 시들 중 절반은 미완성이었다.

조던과 달리 마리암 미르자하니 Maryam Mirzakhani 는  사실 처음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어릴 때 학교 근처 서점에 푹 빠지는 바람에 글을 쓰겠다고 꿈꾸었다. 그녀는 수학 수업도 들어야했지만, <수학에는 별 흥미를 못 느꼈다>. 이윽고 그녀는 수학을 일종의 탐험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정글 속에서 길을 잃고서 약간의 새로운 묘책을 통해 모을 수 있는 모든 지식을 쓰고 행운의 도움을 좀 받아서 길을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다.> 2014년 그녀는 수학계에서 가장 유명한 상인 필즈상을 받은 최초의 여성이 되었다.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14/aug/13/interview-maryam-mirzakhani-fields-medal-winner-mathematician

 

Maryam Mirzakhani: 'The more I spent time on maths, the more excited I got'

The first woman to win the prestigious Fields Medal prize discusses her life as a mathematician

www.theguardian.com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국내도서
저자 : 데이비드 엡스타인(David Epstein) / 이한음역
출판 : 열린책들 202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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