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스토아 주의자들의 목표는 좌절의 고통을 겪는 동안에도 평온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좌절당하더라도 그로 인해 고통을 겪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중요한 차이다.

우리가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증거는 자신이 의도했든 아니든 주변 사람들의 삶을 어느 정도로 어렵게 만들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세네카의 말처럼, 우리는 나쁜 사람들 사이에서 살고 있는 나쁜 사람들이다.

우주비행사 앨런 빈은 훗날 만약 다른 우주비행사가 닐처럼 불시착에서 살아남았더라면 그 사람은 아마도 그 일을 엄청난 사건으로 여겼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 사람도 어쩌면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만약 그가 살았다면 그는 아마도 자신의 조종 실력을 엄청 뽐내고 다녔을 것이다.

나는 닐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특출하게 더 침착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죽기 직전 찰나의 순간에 탈출하고 나서 담담하게 자기 사무실로 돌아가 있을 만한 사람은 다른 우주비행사 중에서는 말 할 것도 없고, 그냥 다른 사람 중에서도 지금 당장 떠올릴 만한 사람이 없다. 그는 전체 조종사 모임에서도 자리에서 일어나 그 사고에 관한 무엇이든 우리에게 말한 적이 없다. 이 사건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 닐에 관한 내 견해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는 아주 달랐다.

부정적 시각화 Negative Visualization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은 자신의 삶이 더 나빠질 수 있는 방식들을 주기적으로 꼭 상상하곤 했다. 이것이 비참한 생활에 대비하는 처방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어떻게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을지 사고함으로써 그들은 효과적으로 잠재의식에 닻을 가라앉힌 것이다. 그런 닻은 그들이 현재 상황을 뒤이어 어떻게 생각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스토아주의자들이 부정적으로 시각화하라고 조언하는 건 상황이 얼마나 더 나쁠 수 있었는지를 곰곰히 숙고하라는 주장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그랬다면 그것은 실제로 고통에 대비한 처방전이 될 것이다. 그 대신 우리가 해야할 일은 우리의 인생과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는지에 관해 그저 스치듯 생각하는 것이다.

그는 꽉막힌 도로에는 관심을 끄고 지금의 교통 체증이 자기에게 제공하는 기회를 떠올려본다.

우리는 좌절을 겪을 때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며 보통은 두 번째 도전이 (부정적 감정의 범람을 막는 일) 첫 번째 도전보다 더 결정적이다. 이 정서적 도전은 시간이나 인과관계의 측면에서 볼 때는 이차적일 수 있지만 우리에게 미치는 파급효과의 측면에서 본다면 더 큰 문제다. 수도관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수도 밸브를 잠그는 것이다. 수도 밸브는 빨리 잠그면 잠글수록 좋다. 

죽음명상 mortality meditation 

스토아주의자들에게 퀴블러 로스가 제시한 슬픔의 다섯 단계 목록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처음 네 단계, 즉 부정, 분노, 타협, 우울을 건너뛰어서 곧장 다섯 번째 단계인 수용으로 갈 것이다.

만약 주말에 집에서 조용히 있기로 했다면 좌절을 겪을 확률은 낮다. 설사 좌절을 겪는다 해도 사소한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하이킹에 나서는 일은 좌절 훈련의 한 형태가 될 수 있으며, 거기서 경험하는 좌절은 연습용 좌절이 될 것이다. 이렇게 좌절이 예상되는 상황에 뛰어들면 우리는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기술, 그러면서 침착성을 유지하는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 

가장 부유한 계층에 속했던 세네카는 주기적으로 '가난을 실천'하고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검소한 음식을 아주 소량만 먹고, 거칠고 올이 성긴 옷을 입는데 만족하면서 '이것이 우리가 두려워하곤 했던 일이던가?'라고 자문하게 될 많은 날들"을 살아봄으로써 자신의 사례를 따르라고 조언했다.

좌절의 기술
국내도서
저자 : 윌리엄 B. 어빈(William B. Irvine) / 석기용역
출판 : 어크로스 20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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