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1.

"그게 안되는 이유는 숨을 바르게 쉬지 않기 때문입니다. 숨을 들이마신 뒤 가만히 호흡을 눌러서 배를 약간 팽팽하게 하고, 잠시 그대로 계세요. 그리고 나서 가급적 천천히 그리고 고르게 숨을 내쉬고, 잠시 멈춘 후 다시 빠르게 공기를 들이마시십시오. 내쉬고 들이쉼을 계속하는데, 그 흐름은 차차 저절로 정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호흡을 올바로 하면 활쏘기가 날이 갈수록 쉬워짐을 느낄 것입니다. 호흡을 통해서 모든 정신적 힘의 원천을 발견할 뿐만 아니라 긴장을 풀수록 이 생물이 점점 더 풍부하게 흐르면서 더 가볍게 당신의 사지로 흘러드는 상태에 이를 것입니다."

 

"당신이 애를 쓴다는 사실, 그에 대해 생각을 한다는 사실이 바로 문제입니다.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오직 숨쉬기에만 정신을 집중하세요!"

 

2.

나는 왜 스승님께 그렇게 오랫동안 내가 활을 '정신적'으로 당기려고 헛되이 애쓰는 것을 알면서도 그저 수수방관했는지 물었다. 다시 말해 왜 처음부터 올바른 호흡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는지를 물었던 것이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위대한 명인은 동시에 위대한 스승입니다. 우리에게 이 두가지가 한데 속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만약 수업을 호흡법에서 시작했다면, 아마도 호흡에 결정적인 것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당신은 먼저 스스로의 거듭된 시도를 통해 좌절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그 후에야 비로소 던져주는 구명 튜브를 움켜질 준비가 되었던 것입니다."

 

3.

여기서 제자는 새로운 감각, 더 정확히 말하면 모든 감각의 새로운 각성을 획득해야 한다. 그래서 마치 미리 예감했다는 듯이 위협적인 공격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피함의 기예를 터득하면, 더 이상 상대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없다. 그 상대가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말이다. 오히려 이제 막 시작되려는 것을 보고 예감하는 순간, 그는 이미 본능적으로 그 사건의 결과로부터 몸을 피한다. 마치 보고, 느끼고, 피하는 것 사이에 '종이 한 장' 차이도 없다는 듯이.

 

그것이 중요한 점이다. 직접적인 전광석화 같은 반응을 위해서는 더 이상 의식적인 관찰은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제자는 더 이상 아무런의식적인 예측도 하지 않게 되었다. 이로써 그는 이미 많은 것을 배운 것이다. 다시 말해 제자는 상대를 어떻게 가장 잘 공략할 것인가를 생각하거나 탐색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제자는 상대와 마주하고 있으면서, 그것이 생사가 걸린 문제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야 한다. 

 

제자는 처음으로 상대의 움직임과 관련된 모든 관찰과 생각을 포기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4.

해야할 것에 대해 생각하지 마십시오. 어떻게하면 될 지를 궁리하지 마십시오. 쏠 때는 쏘는 사람 자신도 모르게 쏘아야만 흔들림이 없습니다. 활시위가 엄지 손가락을 순간적으로 베어버린 듯이 되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오른손을 의도적으로 열어서는 안됩니다!


5.

당겨진 활시위를 마치 어른이 내민 손가락을 꽉 쥐어잡는 어린아이처럼 잡아야 합니다. 아이는 손가락을 강하게 감아쥐어서, 우리는 그 작은 손에서 어떻게 그런 큰 힘이 나오는지 놀라곤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손가락을 놓을 때는 아무 미동도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아이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제 손을 놓고 다른 것을 잡아야지 하는 그런 생각말입니다. 아무 생각도 의도도 없이, 아이는 이것에서 저것으로 관심을 돌립니다. 우리는 아이가 사물을 가지고 논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쩌면 사물이 아이들과 논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도 있습니다. 


6.

왜 발사의 순간을 기다릴 수 없고, 왜 발사가 되기 전에 숨이 가빠지는지 아십니까? 올바른 순간에 올바른 발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자기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발사 자체에 온 정신을 쏟지 않고, 미리부터 성공이냐 실패이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7.

진정한 기예는 목적도 의도도 없습니다. 목표를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서 화살을 발사하는 법을 배우는 데 집착하면 할수록 목표를 맞추기는 더 어렵고, 또 발사법은 더 배워지지 않습니다. 당신지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는 사실이 방해가 됩니다. 당신은 의식적으로 행하지 않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8.

참된 기다림을 배워야 합니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지요. 단호하게 자기 자신과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버려서, 오직 의도하지 않은 긴장만이 남도록 해야 합니다. 


 

 

마음을 쏘다, 활
국내도서
저자 : 오이겐 헤리겔(Eugen Herrigel) / 정창호역
출판 : 걷는책 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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