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엽감는 새
상상하는 러시아인은 반드시 파멸하게 마련이지 (태엽감는 새 중에서)
2013. 8. 24.우리의 레닌 동지는 마르크스의 이론 중에서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편리하게 뽑아냈고, 우리의 스탈린 동지는 레닌의 이론 중에서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만— 그건 몹시 적은 양이었지만 — 편리하게 뽑아냈지. 그리고 이 나라에서는 말이야,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좁을수록 좋은거야. 알겠나, 마미야 중위, 이 나라에서 살아남는 수단은 하나밖에 없네. 그건 무슨 일이든 상상하지 않는 거야. 상상하는 러시아인은 반드시 파멸하게 마련이지. 물론 나는 상상 같은 건 안하네. 내 일은 다른 사람들이 상상하게 만드는 거네. 그게 내 밥벌이 수단이지.그것만큼은 자네도 잘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걸세. 적어도 여기 있는 동안만은 무언가를 상상하고 싶어지면 내 얼굴을 떠올리라고. 떠올리면서, 이러면 안 되지, 상상하는..
모든 것은 외부로부터 와서 외부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 - 태엽감는 새 by 무라카미 하루키
2013. 3. 9.Wind-Up Bird Chronicle by Garry Ing "이봐, 너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니? 어딘가 다른 장소에 가서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물론 있어요" 하고 가사하라 메이는 말했다. "늘 그렇게 생각하는 걸요." "결혼했을 때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이 그런 거였어. 나는 그 때까지 존재했던 나로부터 탈피하고 싶었어. 구미코도 그건 마찬가지였지.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본래의 자신에게 걸맞는 자신을 만들려고 했던 거야. 우리는 좀더 자기 자신에게 딱 맞게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 가사하라 메이는 햇빛 속에서 약간 몸의 중심을 옮기려고 한 것 같았다. 인기척으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계속되는 내 이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그 이상 ..
<태엽감는 새>부터 <해변의 카프카>까지 (2)
2013. 3. 8.by wakingphotolife: sputnik sweethearts by i am sparklemind 15세의 주인공에 대하여 (1) Q. 15세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것은 꽤 이른 단계에서 이미 정해져 있었나요? A. 네, 정해져 있었지요. 아무튼 15세 소년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움직여 보자고.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이 잘 되어 갈 것 같았어요. 그것은 집필을 시작하기 1년 전에 결정했었고, 그 아이디어를 머리 속에서 계속 담그고 있었어요. 그 소년이 움직이기에 편한 환경을 의식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만들어 간 거에요. 그러고 나서 이제 그런 환경이 정비되었다고 느꼈을 무렵부터 쓰기 시작했지요. 저는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누긋한 편이랄까, 잘 기다리는 편이에요. 꼼짝 않고. 타이밍이 ..
<태엽감는 새>부터 <해변의 카프카>까지 (1)
2013. 3. 7.傳說中的泡泡襪女高生 by 回不去的都叫過去 by *嘟嘟嘟* 부터 까지 Q. 는 이래의 긴 소설이군요. 를 다 썼을 때, 아무튼 자신 속에 있었던 소설적인 것을 all out로 다 내버린 느낌이었어요. 4년쯤이나 들여서 계속 긴 이야기를 쓰고 있었으니까요. 4년은 길었다. 그 동안 계속 미국에 살았거든요. 녹초가 되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후에 몇 개인가 단편 소설은 썼지만 장편 소설을 쓰려는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어요. 그 다음에 를 쓰게 되는데, 는 논 픽션이랄까, 요컨대 받아쓰기이니까, 타인의 이야기를 채집하는 작업인 거에요. 척척 들이쉬어 가는 작업 말이지요. 그에 대해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때까지 담아둔 것을 내뺕는 작업이에요. 그런 의미에서는 정반대의 일을 하고 있었던 셈이에요. 1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