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Up Bird Chronicle by Garry Ing |
"이봐, 너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니? 어딘가 다른 장소에 가서 지금의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물론 있어요" 하고 가사하라 메이는 말했다.
"늘 그렇게 생각하는 걸요."
"결혼했을 때 우리가 하려고 했던 것이 그런 거였어. 나는 그 때까지 존재했던 나로부터 탈피하고 싶었어. 구미코도 그건 마찬가지였지. 우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본래의 자신에게 걸맞는 자신을 만들려고 했던 거야. 우리는 좀더 자기 자신에게 딱 맞게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
가사하라 메이는 햇빛 속에서 약간 몸의 중심을 옮기려고 한 것 같았다.
인기척으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계속되는 내 이야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그 이상 이야기할 만한 것이 없었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우물의 콘크리트 통 안에서 울리는 자신이 목소리는 나를 지치게 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겠니?" 하고 나는 물었다.
"알아요"
"그것에 대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아직 어리고, 결혼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잘 몰라요."
하고 가사하라 메이는 말했다.
"그래서 부인이 어떤 마음으로 다른 남자와 사귀어 아저씨를 버리고 집을 나갔나 하는 것도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지금 이야기를 들어 본 바에 의하면 아저씨는 처음부터 상당히 생각을 잘못했던 것 같아요. 저어, 태엽가는 새님, 아저씨가 지금 말한 것 같은 일은 누구에게도 불가능해요.
'자아, 지금부터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라든가 ' 자아, 지금부터 새로운 자신을 만들자'라는 것 말이에요.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스스로는 잘했다. 새로운 다른 자신이 되었다, 하고 생각해도 그 껍질 밑에는 원래의 아저씨가 있는 거고, 무슨 일이 있으면 그것이 '안녕하세요' 하고 얼굴을 내미는 거에요. 아저씨는 그것을 알지 못하는 거 아녜요? 아저씨는 '외부'에서 만들어진 거예요. 그리고 자신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생각 또한 외부에서 만들어진 것이죠.
저어, 태엽감는 새님, 이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데, 어째서 어른인 아저씨는 알지 못하는 거에요?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확실히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저씨는 지금 그것에게 보복당하는 것인지도 몰라요. 여러 가지 것으로부터, 예를 들면 아저씨가 버리려고 했던 세상으로부터, 그리고 버리려고 생각했던 아저씨 자신으로부터,
내가 말하려는 거 알겠어요? "
나는 잠자코 발 언저리에 둘러싸인 어둠을 보고 있었다. 나는 무엇을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봐요, 태엽감는 새님, " 하고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 보세요. 생각해 보세요. 생각해 보세요."
그러고 나서 다시 우물 입구는 뚜껑으로 꽉 덮였다.
배낭에서 물통을 꺼내 흔들어 보았다. 찰삭찰삭하는 가벼운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렸다.
4분의 1정도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머리를 벽에 기대고 눈을 감았다.
아마 가사하라 메이의 말이 옳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라고 하는 인간은 결국 어딘가 외부에서 만들어진 인간에 불과한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외부로부터 와서 외부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
나는, 나라고 하는 인간이 그냥 지나가는 길에 불과하다.
"저어, 태엽감는 새님, 이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데, 어째서 어른인 아저씨는 알지 못하는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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