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생일 다음 날은 일요일이었다. 그는 7시에 깨어나서는 물을 끓이고 뜨거운 커피를 타고 서양 상추와 오이로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다. 드물게도 아내는 아직 푹 자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그는 음악을 들으며 수영부 시절에 단련된 꽤 힘든 체조를 15분 동안 열심히 했다. 미지근한 물에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고 수염을 깎는다. 그리고 긴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이를 닦는다. 치약은 조금 짜서 이빨 하나하나의 앞과 뒤에 천천히 칫솔질을 한다. 이빨 사이의 더러운 것은 덴탈 플러스를 사용한다. 세면장에는 그의 것만 세 종류의 칫솔이 놓여 있다. 특정한 자국이 안 생기도록 로테이션을 하면서 한 번씩 나누어 쓰는 것이다.


그런 아침 의식을 대강 마치고 나서 그는 언제나처럼 근처에 산책은 가지 않고 탈의실 벽에 붙은 키만 한 거울 앞에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서 자신의 몸을 가만히 점검해 보았다. 어쨌든 그것은 후반의 인생에 있어 첫 번째 아침인 것이다. 그는 마치 의사가 신생아의 몸을 조사하듯 이상한 감동을 가지고 자신의 몸 구석구석까지 바라보았다. 우선 머리카락 그리고 얼굴 피부, 이빨, 턱, 손, 배, 옆구리, 페니스, 고환, 허벅지, 발. 그는 긴 시간을 들여 그 하나하나를 체크하고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머릿속 리스트에 메모했다.


머리카락은 이십대에 비해서 어느 정도 엷어졌지만 아직 특별히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50까지는 아마 이대로 계속되겠지. 그 뒤는 그 후에 다시 생각하면 된다. 가발도 좋은 것이 많이 있고, 나 같은 경우는 머리 형태가 나쁘지 않으니까 벗겨진다 해도 그 정도로 보기 싫은 모습은 안 될 것이다. 이빨은 젊었을 때부터의 숙명적인 충치 때문에 상당수의 의치가 들어 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정성스레 칫솔질을 계속하고 있는 덕택으로 진행은 딱 멈추었다.


"20년 전부터 이렇게 했으면 충치 따위는 하나도 없는 건데 말입니다." 라고 치과 의사는 말한다.


과연 옳은 말이지만, 끝난 일은 한탄해 봐도 소용없다. 현상을 유지하는 것, 지금으로서는 이것이 전부다. 그는 치과 의사에게 도대체 몇 살까지 이빨로 음식을 씹을 수 있는지 물어 보았다.


"이렇듯 제대로 손질을 하신다면야." 그것으로 충분하다.


얼굴 피부의 거친 상태는 역시 나이에 걸맞은 것이다. 혈색은 좋아서 언뜻 보기에는 젊게 보이지만 거울에 가만히 다가가 보면 피부에는 미세하게 오돌오돌한 것이 나 있었다. 매년 여름이 되면 꽤 무리하게 살을 태웠고 담배도 오랫동안 너무 많이 피워 왔다. 앞으로는 질 좋은 로션이나 스킨이 필요했다. 턱살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붙어 있었다. 유전적인 것이다. 아무리 운동을 해서 턱살을 깎아도 얇게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는 이 연한 살 껍질만은 절대로 떼어 낼 수가 없다. 나이가 듦에 따라 이것은 결정적이 된다. 그리고 나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이중 턱이 되겠지.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배에 대해서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6대 4정도였다. 운동과 계획적인 식사 덕택에 3년 전에 비해 배는 유난히 단단히 죄어져 있었다. 35세 치고는 상당한 것이다. 그러나 옆구리에서 등에 걸친 군살은 어중간한 운동으로는 떼어 낼 수 없다. 옆을 보면 학생시절 마치 칼로 깎은 듯 한 허리 뒤의 날카로운 선은 사라져 있었다. 성기에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 옛날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생생함이 약간 감소한 것 같지만, 그것도 그렇게 생각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섹스 횟수는 물론 옛날만큼 많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안 좋은 경험은 없다. 아내와의 사이에서도 성적인 불만은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신장 173센티미터, 체중 64킬로의 그의 몸은 주위에 있는 같은 나이 또래의 남자들의 몸과 비교해 보면,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다. 28세라고 해도 충분히 믿을 정도이다. 육체적인 순발력은 쇠퇴하긴 했지만, 지구력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그의 육체는 훈련 덕택에 20대 당시보다 진보되어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의 주의 깊은 눈은 자신의 몸을 천천히 감싸 가는 숙명적인 늙음의 그림자를 놓치지는 않았다. 머릿속의 체크리스트에 확실히 새겨진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밸런스 시트가 무엇보다도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아무리 타인의 눈은 속일 수 있어도 자기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나는 늙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아무리 노력해 봤자. 사람은 늙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충치와 마찬가지이다. 노력을 하면 그 진행을 지연시킬 수는 있지만, 아무리 진행을 늦추어 봤자 늙음이라는 것은 반드시 들 만큼은 들어간다. 사람의 생명이라는 것은 그런 식으로 프로그램 되어 있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쓰인 노력의 양에 비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의 양은 적어지고 그리고 이윽고 제로가 된다.


- 풀사이드 by 무라카미 하루키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권남희역
출판 : 문학동네 2010.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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