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1. 우리의 경험은 우리의 추론 방식을 구조화합니다. 어떤 시냅스를 더 자주 사용할수록 연결은 더 강하게 되고, 연결된 뉴런은 더 쉽게 활성화됩니다. 조금 전에 우리가 논의했던 수직성과 양의 경우처럼 뇌의 두 지역이 동시에 활성화될때, 이 두 지역은 강한 시냅스 연결을 확대합니다. 그리고 이 두 지역을 연결하는 신경경로상의 분산 활성화를 통해 신경회로가 형성되죠. 그리고 이 회로가 바로 유입니다.


2. '메타포로이(metaphoroi)' - 'metaphor(은유)'는 어원이 그리스어이고 축자적으로 '사물을 다른 한 장소로 옮기다'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은유적 인지는 (보통은 더 추상적인) 한 인지영역에 대해 사유하기위해 (보통은 우리가 세계 내에서 직접 경험 할 수 있는) 다른 한 인지영역의 요소에 의지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지언어학에서는 이 두 영역에 이름을 붙이죠. 직접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은 근원영역이고, 더 추상적인 인지영역은 목표영역이라고 해요. 근원영역의 의미요소와 관계구조가 목표영역으로 사상됩니다. 그래서 이 개념적 과정은 은유적 사상이라고 불립니다.  그렇지만 주어진 근원영역의 모든 요소가 다 목표영역으로 사상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군요. 은유적 사상은 영역 A에서 영역 B로 모든 요소와 모든 구조를 다 사상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완전히 포괄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은유는 자신을 제약하고 있는 어떤 성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주어진 은유를 사용합니다. 이 경우에는 언제나 우리는 근원영역이 제공하는 구조에 국한하여 목표영역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근원영역이 제공하는 구조는 목표영역의 어떤 국면에 윤곽을 부여하죠. 따라서 은유는 목표영역에 내재하는 것을 감추기도 하고, 부각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은유가 어떤 주어진 쟁점의 어떤 국면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어떤 국면을 무시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때문에, 이 은유적 인지의 선택적 본성은 실재에 대한 우리의 자각에 상당한 함축을 지닌다.


3. 보수주의를 뜻하는 conservatism 은 언어적 기원이 '손대지 않고 계속 그대로 보존하거나 유지하는 것'으로 번역되는 라틴어 낱말 conservare 에서 나왔다. 정치적 보수주의는 전통적인 가치와 사회적 규범을 보호한다는 개념에 근거한다. 반면에 진보주의는 개념적으로 사회의 진보와 변화를 향한 긍정적 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모호한 정의가 부족한 상태로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 정의에 따르면 보수주의는 전통적인 가치와 규범을 보존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세 최소화는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 대한 군사적 공격도, 사람을 고문하는 것도 역시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는 아니죠.


4. 보수주의자들은 누가 사회복지의 혜택을 받는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들은 복지개념에 반대합니다. 그들의 생각에 경제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더 평안한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은 나쁜 발상입니다. 그래서 보수주의자들의 눈에는 복지가 일종의 정부의 방종이고, 이는 시민들을 더 의존적이고 약하게 만들며, 따라서 비도덕적인 처리입니다. 이러한 사유에 따르면, '공상주의적 박애자'들은 나쁜 짓을 아무 많이 하는 것이죠. 

이는 2가지 이유에서 그렇습니다. 동료시민들을 약하고 의존적으로 만들어 그들에게서 강인함과 자기 절제를 배양할 기회를 빼앗아버리기 때문이죠. 또한 공상적 박애주의자들은 자기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지 못합니다. 이는 공상적 박애주의자들이 경쟁의 규칙에 따라 활동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사람들을 선하게 만드는 제도를 망가뜨리고 어느날에는 그들 자신도 타인에게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5. 그리고 이러한 사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절제된 사람들에게는 그에 상당한 상을 주고, 약한 사람들에게는 혹독한 타격을 가하는 태도가 제대로 작동해야합니다. 그런데 이 유형의 도덕적 사유는 보수적인 과세견해에도 동기를 부여합니다. 부자들에 대한 높은 세금은 올바른 일을 행한 사람들 - 자기 절제를 쌓아 성공한 - 에 대한 비도덕적인 벌입니다. 보수주의자들이 부자들에 대한 높은 세금을 반대하는 것은 세금을 비도덕적인 처리의 한 형태로 보기 때문이죠. 세금은 선한 사람들에게 내리는 벌입니다. 


6. 자유 시장 같은 건 결코 없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신화일 뿐이죠. 모든 시장은 인간이 만듭니다. 모든 시장에는 규칙이 있어요. 주식 시장에도 규칙이 있고, 누군가가 그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시장의 규칙은 자연이나 어떤 종류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만들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규칙은 사람이 만들었고, 계속 유지합니다. 그리고 이 시장 규칙은 어느때라도 바꿀 수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말이죠.

이제 진보주의자들은 '자유 시장'이 신화라는 사실과 시장 규칙은 누군가가 만들었고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이 시장 규칙이 어떤 사람들에게 유리하고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리하다는 사실을 공적으로 논의해야 합니다. 알다시피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적인 '자유 시장' 은유에 매달리는한, 규칙과 규정의 개정을 요구할 때마다 그들은 결국 시장이 어떡하든 '덜 자유롭게' 만들고자 애쓰는 사람처럼 보여지게 될 테니깐요.


7. 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 모형의 핵심은이기주의와 이타주의가 아니다. 엄격한 아버지 모형은 타인의 이익보다 더 많은 자기 이익의 추구를 도덕적 행위로 봅니다. 어떤 측면에서 이는 친사회적인 행위로 간주됩니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어쨌든 자기 자신의 평안을 추구한다면 모든 사람들의 평안이 극대화된다는 전제 아래에서 이 모형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것은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이죠.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떤 사람도 당신을 보살피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당신이 스스로를 보살피게 된다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보살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데 도움이 되는 체계가 계속 확대되기 때문입니다. 


8. 엄격한 아버지 모형의 도덕성에 반대하는 가치를 용인하는 것은 도덕적 약함 - 도덕적 중추 결여 - 로 간주되는 것이군요. 이와 대조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은 관용을 약함의 징표로 간주하지 않죠. 자애로운 부모 모형에서 관용은 강인함의 징표입니다. 즉, 관용은 감정이입에 근거하며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고 서로를 보살피게 합니다.  그뿐 아니라 관용은 다른 사람들의 책임을 떠맡는데에도 역시 필수적입니다. 


 9. 어떤 유형의 세계관이 사람들로 하여금 시민들의 총기 무장을 허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선호하도록 인도할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이 세계가 위험한 장소이며, 이 세계에는 위험한 악이 있다고 가정하는 답입니다. 악에 대항해 가족을 지키려면, 당신은 악한 사람을 총으로 쏴야할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악에는 악한 도구로 싸워야만 하기 때문이죠. 엄격한 아버지 모형에서는 자신의 가정을 방어하기위한 무기로 총기를 사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습니다. 


10. 미국의 사법제도는 보수주의자들의 영향을 받아 변화했어요. 엄격한 아버지 도덕성에 따르면 범죄자는 비도덕적인 나쁜 사람과 동일시됩니다. 사법제도의 한 과제는 이 나쁨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지 않도록 분명히 차단하는 것이죠.  이 유형의 사유는 우리가 앞에서 논의했던 은유 중 하나인 [도덕성은 건강] 은유에 근거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비도덕적인 오염에 대항해 사회를 가장 잘 지킬 수 있을까요? 바로 비도덕적인 사람을 가두어 격리하면 됩니다. 

이 사유는 '직접적 인과관계' 개념에 근거하고, 이 개념은 엄격한 아버지 모형의 초석이죠. 즉 법을 위반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본성적으로 비도덕적이 나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나쁜 사과'는 사회로부터 제거되어야 합니다. 


11. 자애로운 부모 모형에는 도덕 사회가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를 규정하는 수많은 도덕적 원리가 있습니다. 핵심적인 원리 중 하나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혹독한 처우는 얼마까지인지 그 한계를 규정하고 있죠.

달리 말해, 인간이 최소한 어떤 처우를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수용 가능한 기준이 있습니다. 예컨대 사람들을 굶어죽게 하거나, 거리에서 살도록 방치하거나,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지못한채 살아가도록 해서는 안됩니다. 사회의 모든 시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최소 기준에 맞는 삶을 살도록 지원받아야 해요. 그리고 그러한 일을 추진하는 것이 정부의 도덕적인 의무입니다. 


나는 진보인데 왜 보수의 말에 끌리는가?
국내도서
저자 : 조지 레이코프(George Lakoff),엘리자베스 웨흘링(Elisabeth Wehling) / 나익주역
출판 : 생각정원 2018.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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