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지금 내가 모르는 것은 쓸 수 없다. 지금 나의 역량을 뛰어넘는 글은 쓸 수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갑자기 어깨에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듯했다. 글을 쓸 때는 무엇보다 의욕을 앞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욕을 앞세우는 한 영원히 글을 잘 쓸 수 없다. 부담없이, 내가 아는 선에서, 짧은 글을 쓰자고 결심했다.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을 그대로 필사하거나 어떤 부분을 발췌해서 써보는 작업은 실로 즐겁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서서히 차오르는 흥분과 감동에 온몸을 전율을 돋는 듯하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보면 내가 마치 그 작가가 된 것처럼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단순히 누군가를 흉내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OO 작가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를 상상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가 한명씩 늘어나면 작가의 특징에 당신의 개성이 가미되고 어우러져 당신만의 독특한 문체가 완성된다. 글을 색깔있게 쓰고 싶다면 당당하게 좋아하는 작가를 모방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동기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에게는 동기가 필요하고, 동기가 없어도 글을 잘 쓰는 사람에게는 동기가 필요없다. 그런데 동일 인물일지라도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시기에 따라 때로는 동기가 필요하고, 어떨 땐 필요 없기도 하다. 

 

결론을 뒷받침하는 이유도 길게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가령 세 가지의 이유가 있더라도 우선 제일 중요한 한 가지만 전달한다. 상대방이 원할 경우에 한해 두 번째 이유를 말하고 더 알고 싶어 하면 그 때 세번째 이유를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관심이나 흥미를 표현했다면 제일 알기 쉬운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준다. 

 

두꺼운 서류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제품 취급 설명서가 두껍고 글자가 많은 이유는 여러 면에서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당신은 절대로 취급 설명서처럼 내용만 방대한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 

 

시간과 공을 들여서 차분하게 생각하는 것은 평소에 해야 할 일이다. 기획서 마감을 앞두고는 평소 아이디어 서랍에 꾸준히 모아둔 생각 조각 중 참신한 것을 꺼내서 다듬기만 한 후 제출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평소에 잘 놀고 잘 즐기는 사람은 이기기가 어렵다. 기획을 잘하고 싶다면 일상의 모든 일이 기획의 밑천을 모으는 작업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매번 장문의 메일을 보내오면 점차 그 사람이 보낸 메일을 여는 것 자체가 두려워진다. 나중에 읽어야겠다며 뒷전으로 미루고, 결국 답장하는 것을 깜빡 잊기도 한다. 얼마 후에 장문의 메일을 보낸 상대방은 재촉 전화를 걸어 불같이 화를 낸다. 메일이 너무 길어서 나중에 읽으려다가 답장을 깜빡한 것인데 이런 속사정은 좀처럼 말할 수 없다. 그래서 장문의 메일을 쓰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거리를 두게 되는 것이다. 

 

한 번에 잘되길 바라면 꽤 높은 확률로 실패를 맛본다. 또한 기대만큼 실패의 충격도 상당히 크다. 이런 충격은 인생에 있어 다음 행동으로 나아가는데 시간을 잡아먹는다. 사람에 따라서는 실망스러운 일을 겪은 후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재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치명적이다. 

 

기획서를 어떻게 쓸 것인지보다 기획서의 타깃에게 어떤 습관을 들이고 싶은지를 정해서 써보자. 그렇게 하면 기획이 더 날카로워지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나는 책을 쓸 때도 독자의 습관화까지 고려한다. 이 책의 경우 독자가 '글쓰기를 습관화'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

 

모든 이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아첨을 떨려는 발상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영혼을 뒤흔드는 예리한 글은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화를 돋울 가능성도 있다. 어디까지나 당신은 당신의 글에 감동하는 상대방만을 위해 담담하게 글을 쓰면 된다. 

 

인생에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남을 비판하면서 일생을 마감하는 '방관자 코스'와 남에게 비판받으면서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고 마침내 빛을 발하는 '주인공 코스'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당신이 정하면 된다. 이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좋고 싦음의 문제다. 

 

제목이 일단 마음에 들면 그것만으로도 집필 모드 스위치에 불이 켜진다. 꼭 책 집필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기획서를 작성할 때도 가상의 제목은 빠뜨릴 수 없는 요소다. 프로젝트명이 촌스러우면 업무 자체가 촌스러워지고 구성원의 활동도 촌스러워지고 결과물 또한 촌스러워진다. 거의 예외는 없다. 

 

책은 시간과 돈이라는 대가를 지불한 독자의 것이지 그 이외의 누구의 것도 아니다. 독자가 책에 시간과 돈을 지불하는데 이런 감사 인사가 담긴 에필로그는 독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에필로그를 위한 에플로그를 쓸 시간이 있다면 본문의 내용을 좀 더 가다듬는 것이 낫고 본문 집필이 끝났다면 겸허하게 독자의 비판을 기다려야 한다. '본문의 종료=끝맺음'으로 구성하는 편이 독자에게 긍정적인 아쉬움을 남게 할 수 있기에 더 낫다. 

 

어떻게 하면 물 흐르듯이 글을 쓸 수 있을까? 정답은 열성을 다해서 쏟아내기와 채우기를 순서대로 반복하면 된다. 일단 쏟아내기로 당신의 모든 것을 글로 토해낸다. 그렇게 해서 빈껍데기와 같은 상태가되고 나면 이번에는 간절하게 채우고 싶어질 것이다. 이 때 써내려간 글을 다시 한 번 찬찬히 살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 '쏟아내기 → 채우기'의 순서만 잘 지킨다면 성장은 빠르다. 많은 양을 쏟아낸다면 더 많은 양을 채우자.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당신도 물 흐르듯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조사해야 하는 주제로는 글을 쓰지 않는다'라는 말을 해석하면 책을 쓰지 않을 때 엄청난 양의 영감과 글감 채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우기를 하지 않는 작가가 쓴 책은 지루하다. 

 

 

무적의 글쓰기
국내도서
저자 : 센다 다쿠야 / 이지현역
출판 : 책밥 2020.08.20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