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프랑스의 철학자 시몬 베유 Simone Weil 의 말에 저는 끌렸습니다. 불행한 인간에 대해 깊은 주의를 갖고, '무슨 힘든 일이라도 있습니까?' 하고 물어보는 힘을 가졌는가의 여부에 인간다움의 자격이 달려있다는 말입니다. 

 

에드워드 사이드 '의지적인 낙관주의'

 

꼴랴의 뛰어난 친구이며 스승 같기도 한 알료샤는 아이들이 회복한 우정의 요체였던, 병든 일류샤가 죽었을 때 연설을 합니다.

뭔가 좋은 추억, 특히 어린 시절의, 부모와 함께 지냈던 시절의 추억만큼 그 후의 인생에서 소중하고 강력하며 건전하고 유익한 것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교육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어왔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중요시해온 멋지고 신성한 추억,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교육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알료샤는, 죽은 소년이 모욕당한 아버지를 위해 그곳에 있는 반 친구 전원에게 혼자 저항한 것을 포함하여, 그를 "단단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고 말합니다.

 

 

 

새로이 비평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시인으로서도, 사상가로서도 위대한 윌리엄 블레이크를 우연처럼 만난 것은 열아홉살 때였습니다만, 제가 그 사람을 확인했다고 생각한 것은 삼십대 중반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는 노스럽 프라이 Herman Northrop Frye 가 쓴 평전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블레이크의 모든 시점이 친숙해졌습니다. 그리고 나서 블레이크의 사회적 측면에 대해서는 데이비드 어드먼 David V Erdman<블레이크 - 제국을 거역하는 예언자 Blake - Prophet Against Empire>, 신비적인 측면에서는 캐슬린 레인 Kathleen Raine<블레이크와 전통 Blake and Tradition>을 책상의 양쪽에 두고, 한가운데에 전체 시집을 놓고 읽었습니다. 블레이크의 그림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두 학자에게 배워서입니다.

 

모든 평전이 다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한 시인에 관한 평전을 모아 읽는 중에 본능 같은 것이 작동하여 자신의 스승으로 삼고 싶은 '독자'를 찾아냅니다. 그 독자가 감동하여 표현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된 것을, 연구를 더하여 씁니다. 그 평전에서는 그 독자가 받아들인 시인의 전체적인 인간상이 전해집니다. 시인과 평전 작자, 이 두 스승을 한꺼번에 만나는 일이 일어납니다.

 

개인적인 계기로 자신의 문학을 만난 독자가 그 시인, 작가, 사상가를 계속 읽어나가면 '읽는 사람'이 되고, 나아가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받아들인 것을 자신이 직접 '표현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저는 우선 자신이 발견한 책에 대해 노트하는 청년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히려 새로운 소설가의 탄생보다 새로운 비평가의 탄생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그는 직업으로서의 비평가가 되지 못해도 계속해서 '읽는 사람'이 될 것이고, 머지않아 문학이나 문화에 대한 확실한 능력을 자각하게 될 것입니다(이 능력은 생각하는 힘, 쓰는 힘으로 축적되고 성숙됩니다).

 

수는 적더라도 비평가로서 살아갈 결심을 하는 젊은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가 (준비기간을 갖고) 평전을 쓰는 데서 시작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를, 읽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 표현하는 사람으로 만든 대상에 대하여!

 

그것을 다시 일반적으로 펼친다면 저는, '평전적인 사람의 관점'이라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평전은 그렇게 그려내는 인물의 생애를 포착하면서도 그가 살았던 현실의 일상에서 했던 방식, 단적으로는 그가 표현한 말을 매력적으로 전합니다. 그것들이 어떻게 깊어지고 통합되어 그 사람을 만들어냈는지도.

 

젊은 사람들이 지금 사회적 존재로서 설레는 인물에 대해 앞으로 십수년 후에 그 평전을 쓸 생각을 갖고 현재 그의 방식이나 말을 다시 파악해보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을 익히길 권합니다. 

 

* 안도 레이지, <빛의 만다라> 라는 오리구치 시노부의 평전

 

 

말의 정의를 확인하고 다시 읽는다

젊은 시절, 그리고 장년이 되어도 제 방에서 혼자 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독서에 치우침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초조함이 있습니다. 믿어버린 것을 고치기 힘들고 지식의 구멍을 메우는 것이 늦어지는 것도 자각하지 못한 채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적이고 조용한 슬픔의 표현

러시아 형식주의의 '낯설게 하기 (異化)'라는 소설의 수법은, 잘 알고 있거나 익숙한 대상을, 그 신기한 양상을 철저히 밝혀내듯이 표현하여 진기한 것으로 수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미래를 만드는 브리콜라주

브리콜라주 Bricolage - 레비스트로의 용어라고 말하며 손재주, 일관된 계획없이 마침 그 자리에 있는 소재나 도구로 적당히 조합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

 

 

새로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그렇다면 먼저 생활하세요. 그래요. 인생의 유방에서 젖을 실컷 빨아먹으세요. 앞으로 탄생할 당신의 창작을 키워줄 것입니다. 당신은 훌륭한 소설을 쓰고 싶은것이지요? 그렇다면 좋아요. 어디 배라도 타보세요. 사소한 일이라도 하면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가난도 견디세요. 서둘러 펜을 잡는 일은 그만두세요. 괴로움도 시련도 참으세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보세요. 그리고 제가 많은 사람들을 보라고 할 경우, 그 의미는 사람들에 의해 불행에 떨어지거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불행해지는 것을 거부하지 말라는 것이에요. .... 훌륭한 소설을 쓰고 싶은 거지요? 그렇다면 먼저 그런 것을 너무 생각만 하지 않도록 하세요. 갈 길을 정하지 말고 떠나세요. 눈이나 귀나 코나 입을 열어놓는 겁니다. 마음을 열어두고 기다리세요 마치 세르반테스처럼요."

 

 

뛰어난 문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근저에서 밝힌다. 

 

 

말의 정의
국내도서
저자 : 오에 겐자부로 / 송태욱역
출판 : 뮤진트리 2018.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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