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13

곱셈은 본질적으로 덧셈보다 더 복잡한 듯 하다.

이것은 곱셈이 어떤 의미에서는 덧셈보다 더 본질적fundamental 이라는 사실과 관련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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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곱셈보다 덧셈을 더 먼저 가르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더 쉬워서

(2) 흔히 곱셈을 그저 수많은 덧셈을 생략하여 쓰는 표기법으로 생각하니깐

 

즉 4×5 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그에 대한 자연스러운 대답은 이런 것이다.

 

5 를 스스로 4 번 더하는 것, 즉 5+5+5+5

 

이 문제의 답이 20 인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장의 주된 목표는 곱셈이 덧셈보다 더 기본적이며, 그래서 그 나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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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셈이 기본적인 것은 다음 까닭에서다

 

수의 곱셈은 물체들이 결합하여 합성된 물체를 형성하는 과정에 대한 기본적인 수학적 모형이다.

 

그리고 수학과 물리적 현실 사이의 대응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수의 곱셈 ↔ 물체의 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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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합성에 대한 적당한 모형이 덧셈이 아니라 곱셈인 이유가 뭐냐고 묻는 것은 자연스럽다.

어쨌거나 산소 원자 하나를 또 하나의 산소 원자와 결합하면 1+1=2 개의 산소 원자가 된다.

그런데도 곱셈이 그러한 과정을 설명해주는 더욱 정확한 모형인 이유가 뭘까.

그러러면, 이상하겠지만 물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잠깐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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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사물에서 분류로 옮아가면 모호함이 훨씬 더 두드러진다.

과학자들이 물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수학적 시각으로 조심스럽게 살피게 된 게 바로 양자역학이 등장한 시점이었다.

그리하여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개념에 도달하였다.

 

상태공간

 

핵심적인 사실은 이것이다.

 

물체는 여러 상태의 집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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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고방식에 대한 감을 잡으려면 다음과 같은 실없는 견해를 생각해보자.

 

내일의 나일강은 오늘의 나일강과 다르겠지만은 그렇다고 고양이는 아닐 것이다.

 

사실 우리가 생각해보고자하는 물체는 모두 가능한 상태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한 상태라는게 정확히 무엇인가 하는 것을 복잡성을 띤 물체에 대해 실제로 파악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가능성의 범주를 탐구해가는 과정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접근할 수 있다.

어쨌든 그 가능성은 임의적이지 않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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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목표를 정확한 설명이나 예측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가능성에 오히려 그럴듯한 제약 조건들을 부여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법이다.

그리고 그러한 제약조건들은 우리의 지식과 이해력이 늘어나면서 점차 정교해진다.

과학적 방법론은 바로 이러한 형태로 철학, 역사학, 문학을 포함하는 폭넓은 학문 분야에 적용되야 하는 것이다.

 

 

20

흔히들 물리학이 예측prediction 과 관련된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후예측retrodiction, 즉 현재를 주의깊게 측정하여 과거를 알아내는 것도 마찬가지로 잘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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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 A x B 일 때, 원소의 수는 아래와 같이 된다.

 

|S| = |A| x |B|

 

그러니까 |S| 는 수 |A| 와 |B| 로 인수분해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S| = |C| |​D| |E| |F|

 

그렇지만 알다시피 영원히 이렇게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더는 인수분해될 수 없는 크기의 집합에 도달하고 나면, 이 집합을 더는 분해할 방법이 없다.

 

소수와 수의 관계는 기본입자와 물체의 관계와 같다.

 

수가 결국에 소수로 분해되고 더는 분해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연의 구성요소를 이해하려는 우리의 시도에서 아주 유사한 패턴이 되풀이되리라는 일종의 종교적 신념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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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 A 를 아래와 같이 부분집합의 합집합으로 표현할 때, 이것을 A 의 분할partition 이라고 한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A = S₁∪ S₂∪ … ∪  Sn

 

이것을 곱으로 표현하면 그 대신 A 의 분해decomposition 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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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셈이 덧셈으로 '환원'될 수 없는 까닭에 대한 아주 기초적인 설명

보편적인 수체계에서 a 에 b 를 곱할 때 ab 를 'b 를 그 자체와 a 번 더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a번'이라는 개념 자체가 전반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5Csqrt%20%7B%202%20%7D%20 를 π번 더한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래도 π×%5Csqrt%20%7B%202%20%7D%20 는 완벽하게 말이 된다.

곱셈을 덧셈으로 해석하는 것은 앞 장에 나온 {a, b, c}로 구성된 수체계를 생각해보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보편적인 수체계에서 덧셈과 곱셈은 그저 두 가지 서로 다른 연산으로, 그 유일한 차이는 분배성으로 정해진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 분배성이 자연수의 경우 곱셈을 덧셈을 반복하는 것으로 소박하게 해석하는 원인이 된다.

이렇게 단순히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장 앞에서 한 논의가 곱셈이 그 자체로 고찰되어야 한다는 더욱 기본적인 이유라는 생각이 든다.

 

 

소수공상 Prime Fantasy
국내도서
저자 : 김민형 / 안재권역
출판 : 반니 201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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