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히틀러가 국가 파괴를 지속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히틀러를 자세히 탐색해보면 결정을 꺼리는 특성, 더 제대로 표현하자면 최종 결정을 꺼리는 특성이 있다. 마치 그의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국가의 질서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제한하는 것뿐만 아니라, 확고한 목표 설정을 통해 자신의 의지에 제한을 가하는 것조차 피한 것처럼 보인다.

 

그가 넘겨받은 독일 제국이나 그가 확장하여 만든 1938년의 큰 독일 제국조차도 그가 확정하여 보존하려고 하는 그 무엇이 된 적이 없고, 언제나 전혀 다른 어떤 것, 훨씬 더 큰 제국, 어쩌면 독일 제국이 아닌 '큰 게르만' 제국을 위한 도약대에 지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는 머릿속에서도 이 제국의 지리적 '방어선'은 볼가 강이나 우랄 산맥, 어쩌면 태평양과 접촉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는 '항상 다음 발걸음'을 말하고 있는데, 도이치 민족은 그 발걸음을 위해 내면의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모든 발걸음이 계속 다음 발걸음을 위한 준비여야 한다면, 오히려 확정적인 것을 유동적인 것으로 바꾸어 계속 굴러가게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을 잠정적인 것으로 여겨야 하고, 이런 잠정적인 것에서 당연히 자동으로 변화, 확대, 확장이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다. 독일 제국이 온전히 정복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국가이기를 멈추어야 했던 것이다.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국내도서
저자 : 제바스티안 하프너(Sebastian Haffner) / 안인희역
출판 : 돌베개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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