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예언은 시커먼 물처럼 언제나 거기 있다.
2014. 5. 13.예언은 시커먼 물처럼 언제나 거기 있다. 평소에는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 몰래 숨어있다. 그러나 어떤 때가 되면 소리가 없이 넘쳐흘러, 내 세포 하나하나를 차디차게 적시고, 너는 범람하는 그 잔혹한 물속에 빠져 허덕이게 된다. 너는 천장에 있는 공기구멍에 매달려서, 밤의 신선한 공기를 필사적으로 들이마신다. 그러나 거기에서 빨아들이는 공기는 바짝 메말라 있어서 네 목구멍을 뜨겁게 태운다. 물과 갈증, 차가움과 뜨거움이라는 대립적인 요소가 힘을 합쳐서 동시에 너에게 덤벼든다. 세계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는데도, 너를 받아줄 공간은 - 그건 아주 조그만 공간이면 되는데 - 어디에도 없다. 내가 목소리를 구할 때 거기 있는 것은 깊은 침묵이다. 그러나 네가 침묵을 구할 때 거기에는 끊임없는 예언의 소리가 있다..
<태엽감는 새>부터 <해변의 카프카>까지 (3)
2013. 3. 8.A Girl in Shadow by alubavin 15세의 주인공에 대하여 (2) 주인공을 15세 소년으로 설정함으로 당연히 문체도 달라집니다. 이를테면 15세 소년은 그다지 훌륭한 비유를 쓰지는 못해요.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궁지라고도 할 만한 데서 빠듯하게 살고 있으니까, 문체도 따라서 크리스프(crisp)해지지요. 이야기를 유효하게 서바이브(survive)하기 위한 문장으로 되어 가는 거에요. 안 그럴 수가 없어요. 정교한 레토릭도 필요가 없게 되지요. 물론 문장은 꽤 주의 깊게 고쳐 썼는데 고치면 고칠수록 심플(simple)해지더군요. 그런 점이 지금까지의 제 문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을 지도 몰라요. 제가 특히 신경을 쓴 것은 15세 소년이 나온다고 해서 계몽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태엽감는 새>부터 <해변의 카프카>까지 (1)
2013. 3. 7.傳說中的泡泡襪女高生 by 回不去的都叫過去 by *嘟嘟嘟* 부터 까지 Q. 는 이래의 긴 소설이군요. 를 다 썼을 때, 아무튼 자신 속에 있었던 소설적인 것을 all out로 다 내버린 느낌이었어요. 4년쯤이나 들여서 계속 긴 이야기를 쓰고 있었으니까요. 4년은 길었다. 그 동안 계속 미국에 살았거든요. 녹초가 되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후에 몇 개인가 단편 소설은 썼지만 장편 소설을 쓰려는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어요. 그 다음에 를 쓰게 되는데, 는 논 픽션이랄까, 요컨대 받아쓰기이니까, 타인의 이야기를 채집하는 작업인 거에요. 척척 들이쉬어 가는 작업 말이지요. 그에 대해 소설을 쓴다는 것은 그때까지 담아둔 것을 내뺕는 작업이에요. 그런 의미에서는 정반대의 일을 하고 있었던 셈이에요. 1년간..
<해변의 카프카>는 어떻게 쓰여졌는가? (2)
2013. 3. 7.art&trip by theCarol 는 어떻게 쓰여졌는가? (2) Q. 집필중엔 어떤 음악을 들으십니까? 식사는요? A. 아침은 바로크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하네요. 작은 소리로 바로크 음악을 틀어 놓고 말이지요. 대개는 실내악이나 기악. 하지만 글렌 굴드는 안 돼요. 그것이 들려 오면 그만 그 소리에 빠져 버리거든요. 일을 하면서 듣기에는 좀더 온화하고 중립적인 소리가 좋은 거에요. 뭐, 이번엔 prince나 radiohead 도 제법 들었지만요(웃음). 식사는 적당히 샌드위치 같은 것을 먹어요. 부엌에 가서 혼자 만들어 먹지요. 일을 하는 중에는 아무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거든요. Q. 써 나가기가 힘들 경우엔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 가시는지요? A. 쓰기가 어려운 부분이란 건 물론 있어요. 하지만 ..
<해변의 카프카>는 어떻게 쓰여졌는가? (1)
2013. 3. 7.Books: Kafka on the Shore, Fanny Hill by angelatin 는 어떻게 쓰여졌는가? (1) Q. 라는 제목은 어떻게 결정됐습니까? A. 언제 생각났는지. 잘 기억하지 않는데 쓰기 시작한지 한참 지나서였던 것 같아요. 카프카는 물론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고 그 음감도 좋았어요.란, 뭔가 이미지를 상기시키는 게 있지요? 무슨 바람에 문득 생각나서, 머리 속에서 한참 그 울림을 굴려 봤다가 "자, 이걸로 하자" 생각했어요. 그 뒤로부터는 다른 제목이라는 게 생각나지 않았지요. Q. 영어로는 Kafka on the shore 인데, 처음엔 영어로 생각났다는 건 아닌가요? A. 라는 유명한 연극도 있지만, 그런 것을 특별히 관련시켜서 생각하진 않았네요. 그리고 저의 경우는 on the..
반복성에는 확실히 주술적인 것이 있다.
2013. 3. 7.by Chan Hsun-Chih Q. 어떤 페이스로 쓰셨습니까? A. 집필의 일과라는 것이 저의 경우, 아주 엄밀하게 정해져 있어요. 아침에 쓴다. 밤에는 안 쓴다. 장편소설을 쓰고 있을 때, 아침은 아무리 늦더라도 4시에는 일어나요. 더 일찍 일어나는 날도 종종 있어요. 3시라든가. 자명종을 맞혀 두지 않아도, 몸이 스스로 확 깨지는 거에요.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자 곧 책상을 향해 쓰기 시작해요.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4시간이나 5시간 계속 써요. 완성되는 것은 400자 원고지로 말하면 딱 10장. 그보다 많이 쓰지도 않고 적게 쓰지도 않는다. 그것도 게임의 룰 같은 거에요. 룰이라는 것은 그런대로 중요한 거에요. 그리고는 운동을 하고, 오후엔 대개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거나 번역을 하거나 해요. 짧..
모래폭풍/질이 높은 치밀한 불완전함 - 해변의 카프카(상) by 무라카미 하루키
2013. 3. 4.'Kafka on the Shore' on the shore by ArkanGL 모래폭풍어떤 경우에는 운명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로를 바꿔가는 국지적인 모래폭풍과 비슷하지. 너는 그 폭풍을 피하려고 도망치는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 폭풍도 네 도주로에 맞추듯 방향을 바꾸지. 너는 다시 또 모래폭풍을 피하려고 네 도주로에 맞추듯 방향을 바꾸지. 그러면 폭풍도 다시 네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또 방향을 바꾸어 버리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치 날이 새기 전에 죽음의 신과 얼싸안고 불길한 춤을 추듯 그런 일이 되풀이되는 거야. 왜냐하면 그 폭풍은 어딘가 먼 곳에서 찾아온, 너와 아무 관계가 없는 어떤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 폭풍은 그러니깐 너 자신인 거야. 네 안에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