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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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격차사회의 실상

격차사회란 구성원들을 하나의 도량형으로 평가하는 사회입니다. 단 하나의 도량형으로 모든 사람들의 등급을 매길 수 있기 때문에 격차가 발생합니다. 이것이 예전의 계급사회와 다른 점입니다. 

계급사회에서는 각 계급마다 가치관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어떤 뜻밖의 상황으로 입장이 바뀌는 일 같은 건 애초에 상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것은 격차사회이지 계급사회가 아닙니다. 격차사회는 모두가 같은 종족임을 전제로 만들어진 사회입니다. 

격차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연봉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한다는 전제 자체가 사실은 '허구'라는 겁니다. 

사회는 약자를 기준으로 제도가 설계되어야 합니다. 유아는 '예전의 나'이고, 노인은 '미래의 나'이며, 장애인이나 병자, 난민은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나' '그렇게 될 나' '그렇게 될지도 모르는 나' 모두 '나의 다른 모습'이라고 여길 수 있다면, 공동체는 단적으로 말해 약자를 돕는 시스템이라고 한 의미를 알아챘을 것입니다. 

나이는 발언 내용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입니다. 여성의 나이 정보를 알리지 않고, 대신에 발언 내용의 신뢰도를 파악하는 지표로 연수입을 내세우는 것은 참으로 통찰력이 결여된 태도라고 여겨집니다.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승자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수명은 공동체의 수명에 비하면 아주 짧은 것입니다. 

공정한 경쟁의 함정은 거기에 있습니다. 동시대의 경쟁자 뿐만 아니라 애초에 경쟁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 참여할 수 없는 사람들의 몫까지 빼앗아버리는 것입니다. 

격차사회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원리에 기초하고 있지만, 이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인류사회는 아마 두세 세대 후에는 치명적인 위기에 맞닥뜨릴 것입니다. 

그런 이상한 사람들을 표준으로 삼아 제도를 설계할 수는 없습니다. 


어른 없는 사회
국내도서
저자 : 우치다 타쓰루 / 김경옥역
출판 : 민들레 201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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