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설명하는 힘'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하시모토 오사무, 미시마 유키오, 무라카미 하루키는 모두 설명을 잘합니다. 기술적인 용어를 사용하자면, 자유자재로 초점 거리를 조절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먼 시점에서 항공 사진으로 내려다보는 방식으로 대상을 보는가 하면, 다짜고짜 피부의 땀구멍을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듯이 가까이 접근합니다. 하시모토 오사무, <바벨탑>

마음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 마음을 다하는 태도야말로 독자를 향한 경의의 표시인 동시에 언어가 지닌 창조성의 실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가 지닌 창조성은 독자에게 간청하는 강도와 비례합니다. 얼마나 절실하게 독자에게 언어가 전달해지기를 바라는지, 그 바람의 강도가 언어 표현의 창조를 추동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학교 교육에서는 경의의 표현은 단지 '존댓말을 쓰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이것은 커다란 잘못입니다. 시라카와 시즈카 선생에 따르면 '경'이라는 글자의 원뜻은 "신을 섬기고 두려워하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경의를 표하는 상대는 원리적으로 언어가 전해지지 않는 상대입니다. "경"의 원뜻 가운데 지금은 '심사하는 상위자에 대한 공포'만 남고 '온갖 수단을 다하다'는 수행적인 자세는 까맣게 잊고 말았습니다.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국내도서
저자 : 우치다 다쓰루 / 김경원(KimKyoungwon)역
출판 : 원더박스 2018.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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