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집중의 폐해는 거의 논의되지 않는다. 지나치게 집중력을 발휘해 실패하는 경우는 없을까?

청개구리 사고법은 다多시점, 반反집중, 비非상식의 사고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고 관찰을 지속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찰한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눈으로 본 것, 자신이 실제 확인한 것만을 옳은 것으로 여긴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전해들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어려운 일이라면 억지로 해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고집해오던 방식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기 때문이므로 더 손쉬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찌 되었든 매일 쓴다는 것이다. 달력에 매일 써야할 글자 수를 적어두고 그대로 지켜나간다.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다보면 대개 정해둔 마감보다 먼저 작업을 완성하곤 한다.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는 것은 수학 문제처럼 정해진 공식을 따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시행착오의 반복이며, 왔던 길을 다시 돌아거나 완전히 새로운 다른 길을 찾는 과정이다. 따라서 찾아냈던 자료를 아무리 관리하고 정리해도 무의미하며 그런 것이 있으면 오히려 사고를 제한할 뿐이다. 그 자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게 될 수도 있고 활용하지 않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결국 자유롭지 못한 사고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완성은 더디다. 하지만 더욱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도중에 작업을 그만둔채 미완성으로 끝나는 일은 거의 없다. 게다가 언제든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다뤄야 할 대상이 하나 늘어나는 것 뿐이니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개인적으로 돈보다 시간을 모으는 편이 훨씬 여유로운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산작업이야말로 시간을 보다 여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른바 시간을 저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바른 계획에 따른 분산작업이야말로 예상치 못한 상황을 위한 진정한 대책 마련이다. 

추상적인 것은 모호하다는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본질을 꿰뚫고 있고 정답에 가까운 것이며 추구하는 진짜에 다가가는 지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한편, 구체적으로 가리킨 대상은 단순히 선택의 범위를 한정지었을 뿐 본질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지목했던 대상이 사라졌을 때에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확실히 보고 배울 대상이 많으니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흡수한다. 모범으로 삼고 배운 것을 그대로 따라하면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다. 만약 새로운 것이나 모르는 것이 나타나면 인터넷에 검색해 다른 이의 경험을 찾아볼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점차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잃어간다 대부분 기존의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그 중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택하거나 반응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리고 이것이 '생각하는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상의 이름을 기억함으로써 그 외의 데이터는 몽땅 잊어버린다. 이름을 기억함으로써 기억해야 할 정보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에너지 소모가 덜하고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이름은 그 대상을 나타내는 집중의 기호다. 그 대상은 이름 외에도 다양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름을 기억함으로써 다른 모든 것은 잊을 수 있다. 

언어나 기호의 등장 덕분에 오직 기억력에만 의존해오던 정보 공유가 더욱 수월해졌다는 것은 언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단순화가 발생했다. 어쩌면 우리는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더 편리하다는 핑계로 언어의 함정에 스스로를 가두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언어는 우리의 사고엗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어느새 언어를 통해서만 사고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정된 언어의 사용은 우리의 두뇌가 가진 본연의 처리 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모르겠다, 곤란하다는 말에 집중하고 있을 뿐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시점에서 관찰하지 않는다. 

일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할 뿐, 그것이 살아가는 목적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삶과 일을 동일 선상에 놓는 실수를 범하며 무리하기 때문에 고민이 생겨난다. 일과 삶을 분리하지 못해서 생긴 착각이다. 

모든 경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다. 결국 자신감이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은 고작해야 5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감이 있든 없든 결국 성과에는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 이는 자신감이 부족한 스스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말이기도 한다.

거창한 꿈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사소한 매일을 움직이기 위한 동기부여이다. 내일 하면 된다는 나태한 마음과의 싸움이다. 이것은 이미 동기를 운운할 단계가 아니다. 감독자인 스스로를 제대로 감시하고 관리해야 한다. 적절한 질타와 격려로 제대로 일하도록 만드는 수 밖에 없다. 오늘 나의 상태가 어떻든 오늘 해야 할 일을 시작해야 한다. 일단 시작만 하면 의외로 즐거워진다. 그리고 계속하다보면 자신이 해낸 것에 감동하는 날이 온다. 이 또한 진짜 목표가 가진 즐거움이다.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않아도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은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애매한 상태이며, 모든 것이 그 양면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다. 성급하게 의견을 정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하다. 


집중력은 필요 없다
국내도서
저자 : 모리 히로시(MORI Hiroshi) / 이아랑역
출판 : 북클라우드 2018.10.15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