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Es gibt nicht nur eine Realität"

현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 같네요. 현실과 비현실의 공존, 


하루키의 신작 <다자키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의 독일 출간에 맞춰, 일간지 디 차이트(DIe Zeit)와 하루키의 하와이 대학 사무실에서 갖은 인터뷰라고 합니다(2014.1.14). 독일어는 오랜만에 봅니다. 확실히 여러 나라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인터뷰 원문은 여기 http://www.zeit.de/2014/03/haruki-murakami/seite-1 에서 보실 수 있고, 번역 원문은 쿨사이다님 블로그 http://coolcider.tistory.com/699 에서 챙겨두고 싶은 대목만 가져왔습니다. 인터뷰 전문에 대한 번역이 필요하신 분은 쿨사이다님 블로그 방문하세요.


 


Zeit: 종교는 있으신가요?


하루키: 아니요. 종교는 없습니다. 전 오직 상상만을 믿어요. 물론 그것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도요. 현실 세계와 비현실 세계는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면서 동시에 존재합니다. 때때로 섞이기도 하죠. 제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면 이 현실과 비현실의 측면을 서로 바꾸어 집중할 수도 있어요. 전 양 측면을 오고 갈 수 있는 거죠. 그런일이 제 문학 작품에서 일어나게 되는 겁니다. 제 이야기는 한 쪽면에서 진행되지만, 때론 다른 쪽으로 가기도 하죠. 다른쪽으로 갔다는 사실을 집필 중에는 알아차리지 못해요. 

 

 


Zeit: 어떻게 기술을 개발 할 수 있었나요?

 

하루키: 배운 것은 아니에요. 쓰고 또 계속 써가면서 좀더 심각해지고 집중하게 되는거죠. 그러면서 제 글쓰는 기술은 자체적으로 발전되어 온거라고 볼 수 있어요.

 

 

Zeit: 무라카미씨는 펜을 들어 이야기를 써 내려갈 때, 어떤 느낌을 가지게 되시나요?


하루키: 글을 쓰는 것은 저에게 삶의 의미라고 할 수 있어요. 글을 씀으로 해서 제 삶은 무언가 특별한 것이 되었죠. 제 책상에는 클락 켄트를 부를 수 있는 전화기가 있어요. 그를 부르면 그가 제 안으로 들어와서 전 슈퍼맨이 됩니다. 글을 쓸 때는 제가 원하는 무엇이든 쓸 수있죠. 전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요. 상상하는 것 모두를 쓸 수 가 있습니다. 심지어 이 지구까지 구할 수 있게되요. 그러나 제가 책상을 떠나게 되면 클락 켄트는 다시 돌아가죠. 당신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전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사람이랍니다. 좋은 남편이고, 누구에게도 소리치지 않고, 밖에서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죠. (웃음) 물론, 이런 평범한 생활이 소설 속에서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장담하지 못하죠. 그러나 달리고 있을 때, 요리를 할 때, 해변가에 누워 있을 때에 제 머리속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Zeit: 소설을 쓰기 전 자료조사는 안하시나요?


하루키: 전 사전 조사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상상력을 제한 시키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상해요. 머리속으로 핀란드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어요. 그리고 다시 핀란드를 갔을 때, 제가 소설 속에서 묘사한 것이 정확하게 그대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일종의 데자뷰 같은 경험이었어요. <해변의 카프카>를 썼을 때에도 다카마쓰라는 도시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채, 그 도시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그렸어요. 해변과 바위 등 모든 것들을 제 상상 속에서 만들어 냈어요. <태엽감는새>에서 묘사한 몽골도 마찬가지고요. 상상으로 하는 작업은 실제로 보는 이미지 보다 더 강합니다. 아, 물론 조금은 위키피디아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웃음)

 

 

Zeit: 무라카미씨는 이제 65세신데요. 굳이 이 모든걸 계속해야하나요?


하루키: 사실, 전 피지컬한 사람은 아니에요. 건강하기 때문에 스포츠도 많이 하지 않죠. 이건 좀더 형이상학적인 메카니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제 몸으로 부터 자유롭고 싶어요. 제 정신과 마음이 제 몸으로 부터 탈출하면 좋겠어요. 바로 이 점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겁니다. 모든건 몸이 건실하게 유지되어야만 가능한거죠. 몸은 사원(temple)과도 같아요. 내 자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는 의미에서 말이에요. 전 글을 쓸 때 종종 돌벽에 둘려 쌓여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그 벽을 깨불 수 있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것만이 돌벽 밖으로 나가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Zeit: 무라카미씨 소설의 주인공들은 일상적인 평범한 삶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많이 볼 수가 있는데요. 화장실과 주방에서 집안일을 하고 이런일들이 무미건조하게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 마치 과도현실(가상현실, 현실복제)을 통해 판타스틱한 세계로 들어가는 전 단계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하루키: 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살고 있어요. 전 매일매일을 일상의 드럼 비트에 의해 살고 있어요. 전 씻고, 요리를 하고, 다림질을 하면서요. 전 이런 일들을 할 때를 좋아합니다. 머릿속에서는 이런 일들에 집중하느라 잡념이 생기기 않게 되요. 이렇게 조용하게 비어있는 상태가 되어야 무언가를 새롭게 생각해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거죠.

 

 

Zeit: 무라카미씨 소설 속에는 외로운 혼자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등장인물들 주위에서 벌어지는 세계가 그려집니다.


하루키: 혼자라는 것. 독립되어 있다는 건 저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에요. 아마도 그것은 일본의 그룹, 단체 문화에서 오는 통찰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요. 저는 단련하는 것을 좋아해요. 이건 완벽하게 독립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따라서 제 주인공들은 단체나 회사에 속해있지 않아요. 당신이 얘기했듯, 전 일본 전통 문화의 무의식적인 영향을 받았고 일본 독자들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일본 작가니까요. 그런데 동시에 1990년대에 국제적으로도 성공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대형 시스템이 붕괴되고, 거대한 불확실한 일들이 벌어지죠. 이런 상황 속에서 개개인은 스스로 결정해야만 한다고 요구받는 긴급한 시대에 살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전 작가로서 그런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행동을 할 수있도록 독자들에게 롤 모델이 되어왔다고 생각합니다.

 


 


Zeit: 무라카미씨의 여성 캐릭터는 매우 아름답고 이상적이에요. 소설을 쓰면서 무라카미씨 스스로 사랑에 빠지기도 할 것 같은데요.


하루키: 전 강한 여성이 좋아요. <1Q84>의 아오마메처럼요. 실제로 많은 부분에서 남자 주인공을 쓰는 것보다 여자 주인공에 대해 쓰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덴고의 경우, 아오마메와는 반대편에 서지만 작가인 저와는 더 가깝죠. 전 덴고를 잘 알아요. 저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거든요. 전 그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하는지 잘 알죠. 그러나 아오마메에 대해 쓴다는 것은 저에게는 큰 도전이에요. 제 상상력의 기어를 몇 단계나 위로 올려야 하거든요. 하지만, 전 어떤 캐릭터와도 사랑에 빠진 적은 없어요. 아오마메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같이 소중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제가 소설을 쓰고 있는 그 순간 만큼은 캐릭터로서 인식을 하고 있어야 해요. 아오마메가 끝나면 바로 덴고가 나오게 되죠. 이렇게 균형을 맞춰 나가는 겁니다. 그렇게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여자 캐릭터에서 남자 캐릭터로 말이에요. 전 어디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요. 작가는 원하면 언제든 오고 가고 할 수 있어야 해요.

 


Zeit: 무라카미씨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이 독일에서 <위험한 정부>로 번역 출간되었을때, 번역 과정에서의 자극적인 섹스 묘사로 TV 광고도 하는 등 이슈가 되어, 라이히 라니츠키씨가 문학 비평 프로그램에서 이슈화했던 걸 아시나요?


하루키: 네 기억하고 있어요. 문학 비평가로서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라이히 라니츠키씨를 좋아해요. 그의 자서전이 일본에도 번역되었는데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런 의미있는 논쟁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거에 놀라기도 했었죠. 그러나 전 섹스 묘사를 하는 것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거에요. 그런 의도가 이상하게 포르노로 변질되어 버린 것이죠. 전 솔직히 그런 섹스 묘사를 하고 싶은 욕구도 없어요. <노르웨이의 숲> 이전에는 전혀 없었죠. 

 


Zeit: 왜요?


하루키: 글세요. 스스로 그럴 힘이 없었다랄까요. 전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에요. 그런 장면을 묘사할 때는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쉽게 가야한다고 생각해요. 섹스는 다른 곳(세계)로 갈 수 있는 중요한 길 혹은 방법이에요. 성적인 교류는 정신적인 무언가가 있어요. 그는 상징적인 문을 엽니다. 전 작가로서 그가 필요하고 그럼 뭔가 새로운 일이 일어나게 되죠. 섹스 보다 더 나은 무언가 이를테면 사랑일 수도 있죠.

 


Zeit: 그런 경험은 당신으로 하여금 계속해서 운명의 기차에 올라타게 만드는 건가요?


하루키: 전 계속 쓸겁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도 계속 쓸거고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의 힘을 믿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고통도 함께 말이죠. 현실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것일 수 있어요. 그러나 당신이 소설을 읽었을 때, 갑자기 생각이 날겁니다. 아! 이건 정말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잖아라고 말이에요.

 



1Q84 1 (양장)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양윤옥역
출판 : 문학동네 2009.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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