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히틀러주의와 마르크스주의는 최소한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즉 세계사 전체를 단 하나의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금까지의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라는 말이 공산주의 선언에 나오는데, 그와 비슷한 것으로 히틀러에게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세계사의 모든 사건은 종족들의 자기보존 충동의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명제들은 엄청난 암시의 힘을 갖는다. 그것을 읽은 사람은 갑자기 빛이 열린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뒤엉킨 것이 단순해지고 어려운 것이 쉬워진다. 이런 명제는 그것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깨달음을 얻어 잘 알게 되었다는 아주 시원한 느낌을 줄 뿐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어느 정도 분노가 뒤섞인 초조함을 갖게 한다. 이런 강력한 말 위에서는 언제나 다음과 같은 강력한 음이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 그리고 나머지 모든 것은 사기다." 확고한 마르크스주의자와 확고한 히틀러주의자에게서 똑같이 우월 망상과 초조함이 뒤섞인 이런 감정을 보게 된다. 하지만 물론 '모든 역사'가 이것 또는 저것이라는 주장은 잘못이다. 역사는 원시림이며 거기엔 쉽게 뚫고 들어가 숲 전체를 해명할 숲길 따위는 없다.

 

히틀러주의의 이론 p.136 참조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국내도서
저자 : 제바스티안 하프너(Sebastian Haffner) / 안인희역
출판 : 돌베개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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