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저자인 도몬 휴유지는 인생 후반기, 56세에 베스트셀러 [소설 우에스기 요잔]을 출판하여 일본 출판계의 주목을 받았고, 86세가 넘은 지금도 현역 작가로 왕성하게 활약 중이다. 도청 재직 중이던 1960년 [어두운 강이 손을 두드린다]로 43회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그는 당싱 작가와 도청직원이라는 두 가지 직업을 병행하는 것에 대해, 이 둘은 별개가 아닌 즉, 짚신 두 켤레가 아닌 짚신 한 켤레를 장만해 낮에 오른발에 신었던 한 쪽을 밤에는 왼발에 신는 식으로 바꾸었을 뿐이라고 그는 말하곤 했다.

 

 

<1> 인생 후반기,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인생 후반기 공부의 주목적은 자격을 취득하거나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이나 인간을 이해하는데 있다.그러므로 저자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 대하여 저자는 미지가 아닌 오히려 기지의 분야에서 찾기를 권한다.

 

"사람은 누구나 그 나이까지 쓰인 한권의 책이다."

 

지금까지 대충 인생을 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은 이상, 자기가 쓴 책 속에 다시 읽어볼만한 부분이 반드시 한 가지는 있다는 것이다.

 

 

<2> 나를 깨우고 삶을 바꾸는 공부법

공부 방법론에 관해서 저자는 사전 읽기의 예를 들고 있다. 새로운 말을 익히거나 어정쩡하게 아는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 사전을 읽는게 아니라 소설을 읽듯이 사전을 읽는다는 것이다. '우회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전을 읽는 것은 다른 목적으로 사전을 읽는 것에 비하면 멀리 돌아가는 공부법이지만, 배움의 본질이야 말로 이런 '우회성'에 있다는 것이다. 금세 효과가 나타나는 것만 공부는 아니다. 오히려 느긋이 익혀 깊이 이해한 것만 실제로 쓸모가 있다고 그는 믿는다.

 

2-1 사람이 성장하려면 난독의 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읽는데 있어서 사람이 성장하려면 난독亂讀 의 시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난 왜 난교亂攪 가 떠올랐을까? ㅋ)

이 책이 과연 나를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아예 머리 속에서 지우고 그저 억누를 수 없는 지적 욕망에 끌려 닥치는대로 책을 읽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런 시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체계도 없고 방향성도 없는 '부정형不定形'의 공부법이 바로 술병 밑바닥에 침전물을 모으듯 교양의 초석을 어느덧 다져주기 때문이다.

 

2-2 자료에 실컷 '사디즘'을 발휘하라.

이 대목도 눈에 갔다. 사디즘때문인가?

소설을 집필하는데 쓰는 자료도 그는 퍽 자유로운 방식으로 다룬다고 했다. '자유'라는 말보다는 '난폭'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만한 방법으로 말이다. 자료를 극진히 다루는 것이 작가의 의무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사물을 깊이 이해하려면 때로는 난폭해질 필요가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자료는 자신이 쓰기 쉽도록 자기 뜻에 맞게 가공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저자의 방법을 엿보면, 자료가 되는 책은 모두 두권씩 혹은 세권씩 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한 권은 원본으로 보존하고, 또 한권은 평소 읽는데 쓰고, 나머지 한 권은 자료로 맘껏 활용한다. 자료로 쓰는 한권은 퍽 난폭하게 다루는데, 필요한 페이지는 예사로 찢어낸다고 한다.

그런 다음 소설을 쓸 주제와 관련된 자료 서적을 몇권, 때로는 수십권 사들인다. 그 책들을 눈으로 훑으면서 필요하거나 중요한 부분을 죄다 찢어서 뽑아낸다. 그렇게 찢어낸 수많은 종잇조각을 늘어놓고 순서를 바꾸거나 이리저리 짜 맞추거나 범주화해서 하나로 정리하면 내가 마든 새로운 사료 겸 자료가 한 권 탄생한다.

 

사물을 이해하고 파악하려면, 다시 말해서 배우려면 때로 '사디즘sadism'도 필요하다. 생각해보면 책은 원래 '마조히즘masochism'적인 성질을 지닌 매체인 것이다. 원형을 남겨서 보존하기 보다는 내용을 읽고 이해하는데 책의 원래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3> 경험과 지혜를 엮는 방법

3-1 지식과 행동, 두 가지를 함께 갖추는 '타원사상'

속되게 말하면 A냐 B냐 하는 양자택일 아니라, A도 갖고 B도 갖는 양자택이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것이 타원적 사고법이다. A도 B도 아닌 C라고 해도 되는 '제 3의 사고법'이다. 원에는 중심이 하나밖에 없지만 타원에는 중심이 두개가 있다. 그런 타원같은  삶의 방식을 취하라는 얘기다.

 

공부시간과 관련하여 흔히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없다'는 말은 '시간을 만들 마음이 없다'는 말과 같다. 문제는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할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3-2 병행 독서에 대하여

여러 권을 병행해서 읽는 것에 대해, 이것은 '독서'에 대한 깊은 갈망을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착란에 가까운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자연히 한 권씩 숙독하기보다 여러 권을 난독하게 되고, 그 결과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독서 습관이 천성처럼 되어버렸다(저도 그렇네요.ㅠㅠ)

 

그런데 여러 권 병행해 읽을 때 주의해야할 점이 하나 있는데, '질의 독서'와 '양의 독서'를 되도록이면 똑같이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려라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고전과 베스트셀러, 문예서와 경제경영서 등, 다른 장르나 다른 차원의 책을 함께 읽으라는 것이지요. 또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읽는 한편 이미 읽은 책도 다시 읽는 것도 그 하나이구요. 젊은 시절에 읽은 책을 나이 들어 다시 읽어보면 '옛날에 내가 읽은 건 대체 뭐란 말인가'하는 생각이 절로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완전 공감). 이것이 진정한 독서의 쾌락이고 참맛이라는 겁니다. 난독亂讀과 숙독熟讀을 공존시키는 독서 기술이 여러 권의 책을 동시에 읽기에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팁을 제시합니다.

 

3-3 일을 할 때 자신의 '의욕'과 상담하지 마라

이 말을 달리하자면 '의욕에 기대지 마라'는 뜻인데요. 사람이란 아무래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는 법이기 때문에 - 의욕이란 고작 그 정도의 것이지요 - 그렇게 믿음직하지 못한 것에 일과 공부의 동기를 맡겨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는 일을 할 때 의욕이 생기기를 기다리지 않고 제꺼덕 시작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동물적인 반응으로 시간을 만들고 공부효율을 높이고 있답니다.

그의 소설쓰기는 여타 소설가와 마찬가지로 -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 새벽 다섯시에 시작해서 정오까지 쓰고 끝이라고 하네요. 소설 쓰기가 성가신 일도, 하기 싫은 일도 아니지만, 일인 이상 내키지 않을 때도 있고 괴로울 때도 있는데, 그렇다고 그 일에서 도망칠 수는 없고, 도망칠 생각도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일이 '의욕'과 상담하지 않고 그냥 척척 한다고 하네요. 설령 힘이 남아돌더라도, 더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시간이 되면 작업을 멈춘다. 딱 하루키와 똑같네요.

 

3-4 삶의 방식, 일하는 방식을 바꿔준 영화

그는 영화를 삶의 방식을 배우는 교양이고, 타자의 인생을 들여다봄으로써 자기 인생의 경험치를 높일 수 있는 추체험追體驗 장치이며, 생업인 소설을 쓸 때 필요한 비료라고 말합니다. 영화의 오락이라는 오블라토 속에는 '인간의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도청 공무원으로 일하던 시절 담당 업무에 긍지를 느끼지 못하고 반쯤은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때 상사가 권해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살다>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3-5 시한부 증발

몸과 마음이 모두 막다른 곳에 이르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는 그는 '시한부 증발'이라는 방법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잠시 행방을 감추어버리는 것이죠. 일종의 자주적인 행방불명인 셈입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을 놓고 나서야 비로소 심신의 피로와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고 정신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때 몸을 숨기는 장소로 자주 이용하는 곳이 밤새도록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라고 합니다.

 

 

<4> 인생학교에서 배우는 공부

4-1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을 이끌어내라

'~이라면'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라

'죽'같은 인간이 되지 마라. 

 

4-2 주체성과 협조성이 공존하는 주먹밥형 인간

조직 안의 개인은 쌀 한 톨 한 톨이 주체성을 잃고 질척질척 뭉크러진 '죽'이 아니라 한 톨씩 제대로 자립하면서 한 덩어리로 뚜렷한 형태를 유지하는 '주먹밥'이어야 한다.

 

4-3 적소위대積小僞大 (니노미야 긴지로)

사람들이 하는 일은 대부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꾸준하게 작은 것을 쌓아올리지 않는 한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평범함을 쌓아올려 비범해지는' 존재다.

 

 

<5> 평생 일하면서 공부하는 삶

5-1 단문을 포개는 문장 기술을 쓰라

5-2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늘 후회하고, 그럴 때마다 또 스스로 경계한다. 그런 반영구적인 반복 속에 사람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본질이 있고 쾌감이 있다.

 

 

 

 

공부하는 힘 살아가는 힘
국내도서
저자 : 도몬 후유지 / 전선영역
출판 : 청림출판 2014.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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