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딱히 이 책을 사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결론적으로는 잘 샀다고 생각한다). 여느날과 같이 볼만한 책이 있을까하고 퇴근길에 서점에 들렀다. 시간이 많지 않아 일단 직진 문구 코너쪽으로 가서 아이들 장난감 좀 보다가 2층으로 - 여긴 반디앤루니스 센트럴시티점이다 - 수학 코너에서 신간이 있나 보고, 직진 후 좌회전 경제, 경영 코너 들러서 인문, 철학 코너 보고 다시 1층으로. 쭉가서 하루키와 히가시노 게이고 진열장 한 번 보고, 일본 소설 진열대로.... 그 진열대는 오래 진열된 상태의 책들이 많다는 것이 단점... 깨끗하지 않아 사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진다. 보다보니 손길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이 책도 먼지가 묻어서 한 권 갖고 있게 인터넷으로 살 예정) 에게로, 그 책의 저자인 쓰쓰이 야스타카의 목록을 보다가 「인구 조절 구역」한 권 집었다. 그리고 하나 더 고르게 된 것이 호리에 타카후미의 「배금」이다.

 

 

아시다시피 호리에 타카후미는 라이브도어 사건의 주인공이라 이 책에 관심이 갔다. 완전한 논픽션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표제에 장편소설이라고 적혀있다. 조금 아쉽다. 독서신문 기사에서는 이 소설이 라이브도어 사건 당사자인 저자가 사건과 그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실화라고 소개하고 있는걸 보면 상당 부분 논픽션이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출간일은 사건 한참 후인 2010년 6월 1일이다.

 

 

* 라이브도어 쇼크란 (일본어: ライブドア・ショック) 란 2006년 1월 16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인해 도쿄지법 특검부가 라이브도어 (현LDH (LDH) 본사 등이 강제 수사 되면서 이어 1월 17일 부터 시작된 〈주식시장 폭락〉사건을 일컫는다(출처 : 위키백과 http://ko.wikipedia.org/wiki/%EB%9D%BC%EC%9D%B4%EB%B8%8C%EB%8F%84%EC%96%B4_%EC%87%BC%ED%81%AC)

 

 

 

 

 

 

 

 

제목 배금에서도 보듯이 - 배금 (拜金) [명사]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숭배함 - 호리에는 돈에 대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초반부는 비둘기볼에 대한(통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경주용 비둘기가 가능한 것은 집으로 와야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만약 밖에서도 먹이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순간 힘들여 날지 않게 된다. 호리에가 길을 잃은 집비둘기에게 식빵 조각을 던져준 것은 이제 굳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모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과 하지만 이제 비둘기볼에서 경쟁하며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비둘기 볼이란 식빵 하나를 던져주고 1진, 2진, 3진이 몰려와 먹겠다고 서로 얽키고 설켜 공같은 모양을 형성하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강력한 우두머리가 있으면 이런 비둘기 볼은 형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재밌는 이야기. 삼각형처럼 생긴 귀와 동그란 귀, 동그랗게 말린 꼬리에 대한 고찰이다. 귀가 삼각형으로 생긴 동물은 생고기 밖에 먹지 못한다고 한다. 책 속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여우 모피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고자 여우를 사육하는데까지는 성공했으나, 결론적으로 실험은 대실패였다. 사람을 따르는 여우는 왠지 몰라도 귀가 축 처지고 꼬리는 동그랗게 말려버린 것이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여우는 이미 여우 특유의 아름다운 모피가 아니게 되었고, 빛깔도 여우 빛깔이 아니고 흰색, 검정색의 얼룩무늬도 나오고 털 길이도 제멋대로 였던 것이다. 여우를 개 같은 성격으로 만들었더니 아예 개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개가 개다운 건, 개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에게 순종하게 된 동물은 개 같은 모습을 띠게 된다는 것이 이 실험의 의미다.

 

정말일까 싶어 러시아에서 진행되었던 위의 실험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벨랴예프 박사의 실험

 

시베리아에는 붉은 여우의 아종인 은여우(silver fox)를 농장 등에서 가축이 아닌 모피용으로 사육하고 있었는데, 이들 모피용 야생 은여우들을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품종 개량을 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그리고 갯과 동물들의 가축화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서 은여우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인간에게 붙임성이 좋은 개체끼리 교배를 반복하는 실험이 1959년부터 구소련 과학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와 동시에 붙임성이 없는 개체들끼리 선택교배를 반복하는 실험도 함께 진행되었다.

선택교배가 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여우들은 꼬리를 치거나 짖거나 귀가 처지기 시작하고 꼬리가 감겨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성격은 물론 행동 및 겉모습까지 점점 개와 비슷한 특징들을 보이면서 사람들을 잘 따르게 되었다. 이렇게 가축화된 은여우들은 고유의 모피 색에도 많은 변종이 나타나기 시작해 모피상품으로서의 가치는 없어지게 되었다. 가축화하면서 성격만 온순해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에도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가축화된 여우들은 아드레날린의 분비가 야생 여우들에 비해서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한다. 이 연구는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개가 가축화되면서 나타난 초기의 여러 가지 생리적, 유전적 변화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연구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출처 : http://blog.naver.com/akekdthkl200?Redirect=Log&logNo=80195489052

 

(사람에게) 순종하게 되면 개 같은 모습이 된다!

 

그리고 몇 문장 발췌.

 

 

- 이기는 건 간단해. 자신이 이길 룰을 만들면 돼.

 

 

- 괜찮아. 오히려 뭘 하고 싶다. 이게 하고 싶다. 이런 것보다 나아.장사의 본질은 하고 싶은 걸 하는게 아니야. 하면 안되는 일을 하지 않는거야.

 

 

- 도쿄대에 합격하는 건 어려운 게 아니야. 도쿄대 합격에 필요한 학력과 자신의 학력을 확실하게 파악한 뒤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가면 반드시 합격할 수 있어. 그런데 많은 수험생들이 쓸데없는 공부까지 닥치는 대로 하다가 힘이 부쳐서 중간에 그만둬버리지. 장사도 마찬가지야. 회사를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이나 어릴 때부터 꿔온 꿈, 아니면 남이 성공했으니깐, 하는 이유로 업종을 정하지. 성공하는데 그런 원칙은 필요없어. 발상을 바꾸는 거야. 성공을 하려는 게 아니라 실패를 하지 않도록 하는 거지. 어렵지 않지? 중요한 것은 소거법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아.

 

 

- 세상에는 싫지도 않지만 좋지도 않은 모호한 것들이 많아. 돈을 지불하는 행위란, 그 모호함을 버리고 '이거 좋다!' 하며 선택하는 것에 가까워. 모호한 편이 여러모로 편한데 돈 문제가 발생하게되면 순식간에 거추장스러워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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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못난이 꽃뱀’ 옥중 블로그 화제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73573#

 

배금
국내도서
저자 : 호리에다카후미 / 김소영역
출판 : 네오픽션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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