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이 몸 어딘가로 전해져 거기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초보자적인 생명관이다이는 생명을 작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조립식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순진하기 그지없는 기계론이기도 하다. 생명은 그런 단순한 기계론을 훌쩍 뛰어넘는 이른바 동적인 효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의 '건강 환상'은 사실 곳곳에 존재한다. 단백질뿐만 아니라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정보는 소화관 내에서 일단 철저하게 분해된다. 관절이 아프다고 해서 주성분인 콘트로이틴유산이나 히알루론산을 섭취한다 한들 입으로 들어간 것이 그대로 직접 몸의 일부가 될 수는 없다. 구성단위로까지 분해되거나 자칫하면 소화도 되지 못하고 배설되고 마는 것이다. 참고로 한 마디만 더하자면, 항간에는 '콜라겐 배합' 화장품까지 범람하고 있는데 콜라겐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일은 불가능하다. 분자생물학자 입장에서 나는 '콜라겐 배합'이라는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콜라겐이 배합된 화장품을 이용한 후 피부가 팽팽해졌다면 그것은 콜라겐의 효과가 아니라 그저 피부의 주름진 곳이 히알루론산이나 요소, 글리세린 등의 보습제로 채워졌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건강에 대한 환상에 끌리는 원인은 뭘까? 거기에는 '몸상태가 이상한 것은 뭔가 중요한 요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부족, 결핍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우리의 생명관은 생명을 작은 부품들로 이루어진 기계장치로 보는 발상에 의해 뿌리 깊게 지배당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동적평형
국내도서
저자 : 후쿠오카 신이치 / 김소연역
출판 : 은행나무 201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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