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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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thumb/5/56/Mark_Kac.jpg/220px-Mark_Kac.jpg

 

세상에는 두 종류의 천재가 있다. '평범한' 천재들과 '마술사'들. 평범한 천재란 당신이나 나와 같은 사람들인데 다만 수십배 더 똑똑할 뿐이다. 그들의 정신이 작동하는 방식은 신비롭지 않다. 그들이 한 일을 이해하고 나면, 우리 역시도 그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느끼게 된다. 하지만 마술사들은 다르다. 그들이 한 일을 이해하고 난 후에도 칠흑같은 어둠만 남아있을 뿐이다. 리처드 파인만은 최고 수준의 마술사다.

- 마크 캑 Marc Kac

 

 

 

 

과학의 본질 - 과학에 있어 의심과 불확실성의 역할

과학

  • 무엇을 발견해내는 특별한 방법
  • 그렇게 해서 발견된 것들로부터 나오는 지식의 체계
  • 어떤 걸 발견해 냈을 때 그것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이나 그 새로운 것들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

과학의 발견을 위한 방법으로서의 '관찰'

  • 한 아이디어나 가설이 진실인지 아닌지 증명(=검사)하고 최종적으로 심판하는 것은 결국 관찰 결과
  • 예외가 가설을 시험한다
  • 예외가 그 규칙을 틀렸다는 걸 증명한다
  • 어떤 규칙에 예외가 존재하고 규칙에 위반되는 예외적인 상황이 관찰됐다면 그 규칙은 틀린 것이 된다

어떤 규칙이든 예외는 그 자체로 무척 흥미롭다. 우리가 믿고 있는 예전 규칙이 옳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기존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예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예외까지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옳은 규칙'을 찾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아주 의미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외적 상황이나 그것과 유사한 효과를 제공하는 다른 상황들을 연구해야 한다. 

관찰의 틀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별한다는 과학의 발견 원리는 과학의 범위를 '관찰이 가능한 문제들'로 크게 제한한다. 결국 우리는 과학을 통해 "만약 우리가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 같은 질문으로 표현될 수 있는 주체들만 다루게 되고, "우리는 이것을 과연 해야만 하나?" 혹은 "이것은 어떤 가치를 지니는가?"와 같은 질문들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사람들 중에는 어떤 일이 철저하게 수행됐을 때 '과학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람들 중에는 어떤 일이 철저하게 수행됐을 때 '과학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사람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 있는 유태인들에게 행해졌던 대량학살을 '과학적 절멸'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을 과학적이라고 부를 이유는 하나도 없다. 그저 철저했을 뿐이다. 

관찰이라는 흥미로운 게임을 수행하기 위한 특별한 기술 중 하나가 바로 결과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문제다. 

과학이 지닌,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바로 '객관성'이다. 관찰 결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은 관찰하는 사람이 특정한 결과를 선호하거나 기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관찰과 관련하여 또다른 중요한 특징은 규칙은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흥미롭다는 사실이다. 어떤 표현이 분명하면 그것을 테스트해보는 일 또한 흥미진진해진다. 규칙이 구체적이고 명확할수록 더 강력해지고, 더 쉽게 예외가 생길 수 있어 검증 절차도 흥미로워지며, 그래서 더욱 가치있다. 

과학은 관찰을 통해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심판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아이디어는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오든 달라질 게 하나도 없다. 어쩌면 아이디어의 실질적인 근원은 '미지의 세계' 이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관찰 결과들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지금까지 제안된 다른 아이디어와는 매우 다른 것이어야 하며, 검증 가능할만큼 구체적이고 정확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적으로 상상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아무런 실마리도 없는 상황에서 '중력이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한다'는 규칙을 찾는 일이 어떤 것인지 상상해보라.

과학의 여러 규칙들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은 이들 규칙들이 서로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관찰은 다 똑같은 관찰이며 모든 관찰은 평등하다. 이 규칙은 이런 예측을 하고, 저 규칙은 저런 예측을 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따라서 과학은 매우 세분화된 분야가 아니라 완전히 보편적인 분야라고 말하는 편이 옳다. 

과학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관찰을 통해 검증된 규칙이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규칙은 관찰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틀릴 수 있으며, 관찰이라는 실험 과정은 항상 부정확하다는 것이다. 규칙은 그저 추측된 법칙이며 외삽의 결과일 뿐, 관찰에 잘 부합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 규칙이 성립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꽤 쓸만한 추측으로 남아있지만, 관찰을 정확도가 점점 더 높아지면 때론 그 규칙도 그물망에 걸러지게 될 수도 있다. 규칙은 그저 추측일 뿐이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외삽인 것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추측하는 것이다. 

과학은 구체적인 규칙을 만들어서 관찰의 그물망을 통과하는지 알아보는 일종의 게임이다. 한 과학자는 '질량이 항상 불변한다'라는 구체적인 규칙을 내놓았고 이 재미있는 가능성은 결국 틀린 것으로 판명되었지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그저 불확실했을 뿐인데, 불확실하다고 해서 위험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무엇이든 구체적인 주장을 하되 확신을 하지는 않는 편이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낫다. '외삽' 만이 진정 가치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의심과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과학 지식을 다루어 본 경험은 매우 소중한 것이다. 우리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거나 무지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진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 그 어떤 것도 힘들여 검사해 볼 생각을 안할테니깐. 지금 우리가 과학적 지식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확실한 정도가 제각기 다른 여러 진술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모르는 채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진정 알고 싶은 것은 '우리가 어떻게 점점 알아가게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파인만의 과학이란 무엇인가?
국내도서
저자 : 리처드 파인만(Richard Phillips Feynman) / 정무광,정재승역
출판 : 승산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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