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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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이 기분을 좋게하는 화학물질을 순식간에 다량 분출하면 뇌의 항상성 기제 homeostatic mechanisms 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뇌는 신경화학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의 효과를 벌충하려고 든다. 그 일환으로 뇌의 반보상 체계 anti-reward system 를 활성화시킨다. 그러면 기분을 좋게하는 화학물질의 효과가 약화된다. 반보상체계는 뇌에서 도파민이나 엔도르핀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을 때 처음 활성화된다. 극도의 흥분을 낮추려는 것이다. 욕조물이 넘치려 할 때 배수구 마개를 뽑는 것과 같다. 그런데 약물을 습관적으로 복용해서 반보상 체계를 자꾸 활성화시키면, 약물을 복용하지 않을 때도 반보상 체계가 활성화된 상태로 있게 된다. 극도로 흥분된 상태에 자주 놓이게 된 뇌는 선제적으로 흥분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그 결과 불쾌감이 거의 내내 유지된다. 또 만성적인 약물 복용은 뇌에서 순환하는 도파민 수치를 낮추고, 보상 체계 내 도파민 수용체의 유용성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두 가지 변화 때문에 계속해서 의욕이 없고 우울하며 반사회적으로 행동하고 일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증상을 신경과학자들은 중독의 어두운 측면이라 부른다. 

이런 점에서 신체 활동과 약물 남용의 장기적 효과는 극적으로 갈린다. 운동으로 도파민과 엔도르핀 등 기분을 좋게하는 여러 화학물질이 순식간에 다량 분출되지는 않는다. 코카인이나 헤로인 같은 약물은 시스템을 손상시키지만, 운동은 단지 시스템을 자극해서 아주 서서히 적응시킨다. 뇌는 보상체계의 활동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촉진하는 식으로 규칙적인 운동에 반응한다. 운동은 순환하는 도파민 수치를 더 올려서 도파민 수용체의 유용성을 더 높인다. 즐거움을 느끼는 역량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장시키는 것이다. 운동은 뇌에서 반보상 체계를 되돌리고 무기력해진 보상 체계를 되살릴 수 있는 것이다. 

카라게오그리스의 연구에 따르면, 중간 강도로 운동할 때는 음악이 '인지된 노력 Perceived effor'을 줄여줘서 더 쉽고 더 즐겁게 운동하도록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더 높은 강도로 운동할 때, 즉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는 운동이 '인지된 노력'을 줄여주지 않는다. 그 대신 기분에 대한 해석에 영향을 미쳐 육체적 불편함에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도록 한다. 내면의 힘을 찾으라는 에미넴의 랩을 듣거나 승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비욘세의 외침을 들으면, 땀과 피로와 가븐 숨이 당신의 투지와 인내와 체력의 증거로 여겨진다. 적절한 재생 목록은 이런 식으로 당신의 운도 경험을 변화시킬 수 있다. 

 

1991년 8월, 미 상원 노인 특별 분과 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신경과학자 올리버 색스는 복합 골절로 다리가 완전히 마비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의사들은 그녀의 다리 근육과 척수 간에 소통의 증거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녀의 뇌가 다리를 느낄 수도, 통제할 수도 없다는 증거들 뿐이었다. 그런데도 빠르고 경쾌한 춤곡인 '아이리시 지그'가 울리자 그녀의 발은 순간적으로 박자를 맞추었다. 의사들이 이 기이한 사례를 놓칠 리 없었다. 음악 치료를 통해 그녀는 다시 걷게 되었고 심지어 춤까지 출 수 있게 되었다. 1903년 버지니아 울프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음악은 맑은 정신일 때 깊이 잠들어 있는 야만적 본능을 휘저어놓는다. 당신은 수세기 동안 쌓아온 문명을 순식간에 잊고 미친 듯이 날뛰게 하는 이상한 열정에 굴복하게 된다."

"그 등반에서 내가 배운게 뭔지 아세요? 두려움을 극복하거나 아예 없어지게 할 수 있다는 게 아닙니다. 내가 카드를 쥐고 있는 한 두려움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나는 두려움을 어떻게 경험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내 두려움을 분석하고 똑바로 바라볼 수 있고, 또 그 두려움과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두려움은 방해물이 아니라 정보일 뿐입니다. 최종 결정은 내가 내립니다." - Terri Schneider, <지독한 영감, Dirty Inspirations>

노르웨이의 윤리학자 지그문트 롤랜드 Sigmund Loland 는 2017년에 발표한 에세이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알약으로 운동을 대체하는게 가능해지면, 정말로 그렇게 해야할까?" 과학자들은 이미 운동의 건강 효과를 모방한 약물을 제조하려 애쓰고 있다. 그들이 성공한다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운동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고. 흔히 비용 부담과 부상위험과 수반된다.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운동을 알약으로 대체하는 않는 이유는 딱 한 가지, 바로 운동이라는 활동 자체에 담긴 가치와 관련된 것이다." 롤랜드는 또 다시 질문을 던졌다. "운동에 그러한 가치가 있을까?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운동에는 그런 가치가 확실히 있다.

움직임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정체성, 소속감과 희망을 제공한다. 또 우리를 유익한 곳으로 인도한다. 그곳이 우리의 한계를 시험하는 거친 환경이든, 우리를 지지하는 공동체가 있는 곳이든 상관없다. 움직임은 사회적 연결을 더 쉽게 해주고 자기초월감을 맛보게 해준다. 윤리학자인 지그문트 롤랜드는 알약이 그저 신체 활동의 빈약한 대용품에 불과할 거라고 선언했다. 

 

움직임의 힘
국내도서
저자 : 켈리 맥고니걸(Kelly Mcgonigal) / 박미경역
출판 : 안드로메디안 2020.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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