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루아의 반서재

"하지만 나는 틈만 나면 늘 상상을 하거든. 만일 내가 손님이라면 하고 말이야. 만일 내가 손님이라면, 누구와 어떤 가게에 가서, 어떤 것을 마시고 먹고 싶어 할까 하고. 만일 내가 20대의 독신 남성이고 좋아하는 여자와 함께라면 어떤 가게에 갈 것인가? 그런 상황을 하나 하나 세세한 부분까지 상상해 가는 거야. 예산은 어느 정도일까? 어디에 살고 있고, 몇 시쯤까지 가게를 떠나 집에 가지 않으면 안될까? 그런 구체적인 상황들을 수없이 생각하는거야. 그런 생각을 거듭하는 사이 가게의 이미지가 점점 명확한 모습을 띠게 돼."

 

"그건 경영방침이라고 할만한 것도 아니야. 시마모토, 난 그런 작업에는 예전부터 익숙해져있어. 혼자서 머릿 속으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거지.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거지. 그건 어렸을 때부터 내가 줄곧 해온 일이거든. 가공의 장소를 하나 만들고, 거기에 하나하나 정성껏 살을 붙여가는거야. 여기는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 저건 이쪽으로 바꾸는 편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이야. ........... 하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아. 여기에는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거든. 그리고 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도 있지. 여기는 회의도 없고, 상사도 없어. 전례로 없고, 문교부의 지침도 없어. 그건 정말 멋진 일이야. 넌 회사에 다녀본 적이 있니?"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임홍빈역
출판 : 문학사상사 200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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