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과시적 소비 기호의 종언
1) 스타가 출연하지 않아도 흥행할 수 있다.
전혀 새로운 재생 장치에 대한 감동이 그 위에서 재생되는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시디 붐의 원동력이 시디 플레이어였던 것 처럼 말이다. 1982년 일본에서 처음 발매된 시디 플레이어는 1990년대부터 저가화가 진행되어, 1만엔 전후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일반 가정집에 하나씩은 구비된 텔레비젼처럼 개개인이 자기 방에 들여놓을 수 있게 되어, 시디 구매 의욕을 높였던 것이다.
2) 플랫폼의 변화는 콘텐츠를 '앰비언트(ambient)'로 만들었다.
- 미디어가 변하면 당연히 이를 통해 소비되는 컨텐츠의 유통형태도 변한다.
이 흐름은 앰비언트(ambient)라는 개념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앰비언트란 우리가 접하고 있는 동영상이나 음악, 서적 등의 컨텐츠가 전부 개방되고 유동적이 되어, 언제 어디서나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을 말한다.
앰비언트는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었다'거나 '편리성이 높아졌다'와 같이 기기의 진화를 설명하는 개념이 아니다. 하나의 컨텐츠가 다른 컨텐츠와 맺고 있는 관계성이나 감각까지 아우르며 커다란 공유 공간을 만들었다.
-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
HMV의 모든 점포들이 엄청난 속도로 획일화되고, 이제까지 바이어들이 갖고 있던 개성은 점점 사라졌다. 그들의 일은 스스로 좋은 아티스트나 음반을 발견하는 것에서, 본사에서 내려온 아티스트의 포스터와 해설지를 배열하는 단순한 작업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눈부시게 빛나던 HMV 시부야의 매장은 눈 깜짝할 사이에 개성없고 공허하기까지 한 가게가 되어 버렸다. 가토는 블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놀랄 만한 사건도 아니고 이제 와서 미디어가 크게 다룰 것도 아니다. 디지털 전송이나 아마존이 폐점의 이유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음악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제 정보는 사람에서 사람으로, 사람들 간의 연결을 통하지 않고는 흐르지 않는다.
HMV closed its flagship Shibuya store yesterday
- 시선의 지옥
사회학자 미타 무네스케는 1973년에 발표한 논문 『시선의 지옥』에서 이런 모습을 시선에 갇힌 수인이라 불렀다.
여기서 시선이란 사람들의 정체성을 패키지로 조립하고, 그것을 다시 패키지로 상정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미타는 이런 패키지를 '구상적 표충성'과 '추상적 표충성' 두 가지로 나누었다. 전자는 복장이나 용모, 소지품과 같이 겉보기에 드러나는 패키지이고, 후자는 출생이나 학력, 직업 등의 속성을 나타내는 패키지이다.
- 기호소비
나가야마는 자신을 둘러싼 시선에서 탈출하기 위해 다른 패키지를 몸에 걸치고 새로운 정체성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그가 한 행동이 이른바 기호소비이다. 다른 속성을 지닌 패키지를 구입하여 다른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분투이다.
정보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스 미디어라는 회선이 견고했기 때문에 이러한 공통 인식이 형성될 수 있었다. 매스 미디어와 기호 소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3) 연결에 대한 열망이 소비 시장을 변화시키다.
'시선을 받고 싶은 욕구', '연결에 대한 열망'이라는 요인은 소비 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 매스 미디어는 쇠퇴하고, 정보는 세분화된 비오톱으로 흐르게 되었다. 공통인식은 순식간에 따로따로 분해되었고, 기호 소비도 덩달아 쇠퇴했다.
새로운 시대에는 '클래식 오타쿠'가 있을 뿐, '클래식을 듣는 고급 취향의 감상자'같은 것은 웃음거리가 된다.
이런 시대에 소비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장치가 되었을까? 소비한다는 행위의 건너편에는 타자의 존재를 인지하고 타자와 연결되고 타자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존재한다. 즉, 인정과 접속의 도구로서 소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인정과 접속은 서로가 공명할 수 있는 토대가 있어야 성립한다. '공명할 수 있는' 토대라는 것은 공통의 콘텍스트를 의미한다. 상품이나 정보나 서비스는 소비하는 대상으로서 존재하고, 콘텐스트는 그러한 소비를 포괄한다.
4) 공감의 이야기가 중요한 시대
후쿠이시 - 다나카 안경 본점(다나카 마사유키) - 컨셉트 Y
コンセプトY (http://www.concept-y.com)
5) 인정과 접속의 도구로서의 소비
- 응원소비
현대의 소비는 '내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가?', '만드는 사람의 철학이 나와 맞는가?'와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상품에 돈을 쓰는 방법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소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소비를 통해 다른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매스미디어가 연출했던 기호소비가 사라지는 세계에서는 이제 두 가지 방향으로 소비의 형태가 분화되고 있다. 소비가 본래부터 생식하고 있던 장소, 즉 심플한 '기능 소비'로 돌아가는 것이 첫 번째 방향성이라면, 새로운 '연결 소비'의 세계로 가는 것이 또 다른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다.
기호 소비가 사라지고 소유에 대한 흥미가 줄어들고 연결을 중시하는 문화로서의 흐름 속에서 소비 동향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소비조차 필요없게 되는 무소유로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연결'이 이루어지는 지점이 물건을 '소유한다'는 것에서 무엇을 '실행한다'는 행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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