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적평형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생명활동이란 아미노산 배열의 헤쳐모여(합성과 분해의 동적인 평형상태가 '살아있다는 것')
2015. 2. 28.우리는 생명현상을 너무나도 단순한 '매커니즘'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허점을 생화학자인 루돌프 쇤하이머는 '페니와 껌(penny gum)' 사고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자동판매기에 페니 주화를 넣으면 껌이 나온다. 그렇다면 동전이 껌으로 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참고로 말하자면 쇤하이머가 이렇게 말한 것은 1930년대였으며 미국에서는 그 때 이미 껌이 나오는 자동판매기가 있었다. 동전이 껌으로 변하지 않듯이 섭취한 단백질 60그램 중 50그램이 소화되고 나머지 10그램이 배출되었다고 할수는 없는 것이다. 소화관 안에는 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과 이를 분해하는 소화효소가 거의 같은 양으로, 정신없이 뒤섞여 카오스 상태로 존재한다. 그리고 소화효소 또한 단백질이므로 최종적으로 소화효소는 자기 자신도 분..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생명의 시스템'과 '기계의 매커니즘' 의 차이
2014. 11. 26.'생명의 시스템'과 '기계의 매커니즘' 의 차이를 읽어내는 열쇠 가운데 하나는 시간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기계를 조립하는데 있어 시간적인 순서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저 필요한 부품이 거기에 있으면 되는 것이다. 어떤 부품을 사용했는지도 상관없고, 조립에 소요된 시간이 1시간이든 1년이든 상관없다. 하지만 생명은 그렇지 않다. 생명은 마이크로차원의 부품으로 이루어져있으나 거기에 플러스 α의 생기가 더해짐으로써 비로소 생명이 된다는 생기론이 있다. 물론 생기는 없다. 하지만 플러스 α는 존재한다. 플러스 α란 단적으로 말하면 에너지와 정보의 출입을 말한다. 마이크로 차원의 부품과 부품사이에는 정보가 오간다. 이것이 바로 플러스 α다. 모든 생명현상은 에너지와 정보가 어우러져 만드는 그 '효과'에서 비롯한..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우향 상승 곡선이라는 것은 우리의 단순한 환상
2014. 11. 26.인풋과 아웃풋의 관계가 단순한 비례관계, 즉 우향 상승 곡선이라는 것은 우리의 단순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생명현상을 포함한 대부분 비례관계=선형성이 아니다. 비선형인 것이다. 자연계의 인풋과 아웃풋의 관계는 대부분 S자를 좌우로 늘여놓은 것 같은 시그모이드(Sigmoid) 곡선이라는 비선형성을 취한다. 비선형성은 음악을 들을 때 볼륨 다이얼을 돌리는 것(인풋)과 나오는 소리(아웃풋)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쉽게 익힐 수 있다. 볼륨 다이얼을 계속 오른쪽으로 돌리면 소리는 더 커져야 하는데 그만큼 크게 들리지 않는다. 즉, 처음에는 인풋에 대한 아웃풋의 응답성이 둔하다. 그런데 볼륨다이얼이 어느 위치를 지나면 갑자기 천둥소리처럼 커진다. 하지만 볼륨다이얼을 극도로 많이 들린 위치에서는 더 이상 다이얼을 돌..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왜 뇌가 전기라는 귀찮을 것 같은 방법을 채택했는가
2014. 11. 18.새로운 신경회로가 형성된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신경과 신경이 촉수를 뻗어 접점이 생기고, 거기에 반복적으로 전류가 흘러 자극이 강화됨으로써 그 접점이 보다 견고해지는 것을 말한다. 이 접점을 시냅스라고 한다. 마이크로적인 차원에서 보면 시냅스는 뉴런과 뉴런이 완전히 붙어있는 상태가 아니라 사이에 아주 작은 틈이 벌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한쪽 뉴런에 전기가 통하면 그 신호는 다른 한쪽의 뉴런으로 전달되는데 틈 때문에 전류가 직접 흐르지는 못한다. 틈새 부분에는 한쪽 뉴런에서 방출된 화학물질이 다른 뉴런으로 전해짐으로써 신호가 전달된다. 그것이 다시 전기신호로 변환되어 뉴런을 따라 흐른다. 전기-화학물질-전기, 왜 뇌가 전기라는 귀찮을 것 같은 방법을 채택했는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지만, 중간에서 ..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건강환상
2014. 11. 18.음식으로 섭취한 단백질이 몸 어딘가로 전해져 거기서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한다는 생각은 참으로 초보자적인 생명관이다. 이는 생명을 작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조립식 장난감처럼 생각하는, 어떤 의미에서 본다면 순진하기 그지없는 기계론이기도 하다. 생명은 그런 단순한 기계론을 훌쩍 뛰어넘는 이른바 동적인 효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의 '건강 환상'은 사실 곳곳에 존재한다. 단백질뿐만 아니라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정보는 소화관 내에서 일단 철저하게 분해된다. 관절이 아프다고 해서 주성분인 콘트로이틴유산이나 히알루론산을 섭취한다 한들 입으로 들어간 것이 그대로 직접 몸의 일부가 될 수는 없다. 구성단위로까지 분해되거나 자칫하면 소화도 되지 못하고 배설되고 마는 것이다. 참고로 한 마디만 더하자면, 항간..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생명활동이란 아미노산 배열의 헤쳐모여(합성과 분해의 동적인 평형상태가 '살아있다는 것')
2014. 11. 15.소화관은 우리의 피부가 안으로 함몰된 속이 빈 구조체이며 마치 가운데 구멍이 뚫린 어묵과도 같다. 소화관 벽은 일종의 담이며, 소화관 벽을 구성하는 세포는 서로 밀착하여 단백질이 통째로 그곳을 통과할 수 없도록 한다. 즉, 다른 개체의 정보를 보유한 단백질은 신체의 '외부'에만 머무를 수 있다. 그래서 단백질은 아미노산 단위까지 분해되고 아미노산만이 특별한 수송기구에 의해 소화관 벽을 통과해 비로소 '체내'로 들어간다. 체내로 들어간 아미노산은 혈류를 타고 온 몸의 세포로 운반된다.. 그리고 세포로 흡수되어 새로운 단백질로 재합성되며 새로운 정보 = 의미를 만들어낸다. 즉, 생명활동이란 아미노산이라는 알파벳에 의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애너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단백질이 합성되는 한편, ..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리틀 브레인
2014. 11. 15.우리는 오로지 자신의 사유는 뇌에 있으며 뇌가 모든 것을 조절하고 뇌는 모든 실제 감각과 환상을 만들어 낸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실증된 것이 아니다. 소화관 신경회로망을 리틀 브레인이라 부르는 연구자도 있다. 게다가 그것은 뇌에 비해 절대 작지 않은 대규모 시스템인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소화관으로 느끼고 사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적평형 국내도서저자 : 후쿠오카 신이치 / 김소연역출판 : 은행나무 2010.03.24상세보기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정보를 내포하고 있는 음식(소화라는 기능의 본질)
2014. 11. 15.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은 고기든 곡물이든 과실이든, 모두 그 근원은 다른 생물의 몸의 일부였던 것이다. 왜 우리는 다른 생명을 빼았으면서까지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 것일까? 단백질에는 원래의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던 당시의 정보가 꽉 들어차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란 구체적으로 말하면 단백질의 구조를 뜻한다. 이 단백질의 구조 정보가 생명의 기능을 지탱해준다. 단백질이란 아미노산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고분자 화합물이다. 생체를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20종이며, 그 조합이 '정보'가 된다. 때문에 단백질은 수천만 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단백질의 섭취, 즉 '소화'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고기나 식물에 함유되어 있는 단백질은 입속에서 잘게 씹히고 부서져 소화관으로 보내지며 소화효소..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왜 배워야 하는가
2014. 11. 4.1. 왜 배워야 하는가그 곳에서 나는 '왜 배워야 되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우리가 사는데 학교 같은 곳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사회에서 직접 체득할 수 있는 직감이나 경험이 훨씬 유익하지 않을까- 아니, 그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예전에 고등학생일 때 이 문제에 대해 여러분처럼 심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야 비로소 이런 말을 할 수 있게 되더군요. 『우리가 배우는 이유는 우리를 규정하는 생물학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다 』라고 말이죠. 2. 우리의 목적은 생존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우리는 관계없는 많은 것들에 인과관계를 부여하곤 한다. 왜 그럴까? 새삼스레 차이를 강조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 다음, 관찰하거나 혹은 무작위로 진행되는 자연현상을 인위적으로 연관시켜야만 오..
후쿠오카 신이치, 「동적평형」- 기억은 어디에 있는 걸까? 시간도둑의 정체
2014. 11. 4.1. 기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거란 현재이며, 그리운 것이 있다면 그건 과거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지금 그립다는 상태에 있는 것에 불과하다. 뭔가가 생생하게 기억난다면 과거가 생생한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생생한 감각 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선명하게 기억하는 젊은 시절의 기억은 여러 번 기억을 떠올려 본 적이 있는 기억이다. 당신이 몇 번이고 떠올리고 그 때마다 아련하게 그리워했으며 동시에 조금씩 바꿔온 그 무언가이다. 그렇다면 기억이란 무엇인가? 지금까지 말해온 것처럼 세포의 내부는 끊임없는 변천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기억을 물질적으로 저장해두기란 곤란하다. 그렇다면 기억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 세포 바깥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세포와 세포 사이에 말이다. 신경세포는 시냅스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