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bukicho after the rain by Jim O'Connell |
결정을 내린 순간을 빼놓고는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신기하게도 전혀 죄의식이 들지 않는다. 예전에 나는 몸을 파는 여자들에 대해 오죽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 그런 짓을 할까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나는 그것이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안다. 나는 '예'라고도 '아니오'라고도 말할 수 있었다. 그 둘 중 하나를 나에게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거리를 걸으며 행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선택했을까? 아니면 그들 역시 나처럼 운명에 의해 '선택당한'것은 아닐까? 모델이 되기를 꿈꾸었던 청소부, 음악가가 되고자 했던 은행간부, 문학에 투신하고 싶었던 치과의사,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슈퍼마켓 계산대 일밖에 찾지 못한 아가씨...
나는 나 자신이 전혀 불쌍하지 않다. 나는 희생자가 아니다. 자존심을 지킬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 남자에게 훈계를 할 수도, 당신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공주이니깐 돈으로 사기보다는 마음을 빼앗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포즈를 취할 수도, 수없이 많은 다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가야할 길을, 나 대신 운명이 선택하도록 내버려두었다. 대부분의 인간이 그러하듯이.
물론 내 운명이 다른 사람들의 운명에 비해 더럽고 음습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행복을 추구하는 길에서 우리는 모두 동등하다. 음악가가 되고자 했던 은행간부, 작가가 되고 싶었던 치과의사, 연예인이 되고 싶었지만 슈퍼마켓 계산대에 서있는 아가씨, 모델이 되기를 꿈꾸었던 청소부... 우리들 중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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